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이 트럼프 정부의 등장으로 만만치 않은 사업환경에 직면했다. 미국의 보호무역 주의가 강화되고 있고 태양광시장 축소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기술력을 앞세운 고부가가치 상품의 비중을 확대해 한화케미칼의 성장세를 유지하는 데 주력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정권 출범 후 미국의 보호무역 주의가 강화되면서 한화케미칼이 화학소재의 미국 판매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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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 |
미국 상무부는 최근 한국에서 가소제(DOTP)를 제조·수출하는 모든 업체에 4.47%의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가소제는 플라스틱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한화케미칼은 미국에 가소제를 수출하고 있는데 이번 관세부과가 현실화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미국판매에 차질이 생길 공산이 크다. 화학소재부문에서 미국 판매가 차지하는 부분은 크지 않지만 미국을 기점으로 다른 국가들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경우 타격이 커질 수 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태양광사업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당시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의 생산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태양광 등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은 세계 2위 태양광시장이다.
이에 따라 2017년 한화케미칼의 태양광사업 영업이익이 2016년 예상치보다 절반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증권업계에서 제기된다.
김창범 사장은 이런 어려운 사업환경을 맞닥뜨렸지만 고부가가치 상품을 내세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장세를 이끌어갈 채비를 갖췄다.
한화케미칼은 3월에 국내 최초로 CPVC(염소폴리염화비닐) 생산을 시작한다. 연간 최대 생산량은 3만 톤이다. CPVC는 소방용· 산업용 특수배관의 소재로 글로벌시장의 규모는 약 6600억 원이며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CPVC는 일반 PVC(폴리염화비닐)보다 수익성이 2배 이상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라며 “시장이 큰 해외쪽을 주로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CPVC에 적용된 일부 기술을 중국 닝보법인에서 생산하고 있는 PVC에도 적용해 중국에서 판매되는 PVC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한화케미칼이 거느린 사업들은 경기변동 등 대외변수에 민감한 사업”이라며 “기술진입장벽이 높아 경쟁강도도 낮고 수익성도 좋은 CPVC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확대해 올해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2014년 11월부터 한화케미칼 대표를 맡으면서 기술력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 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2016년에는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KAIST와 공동으로 미래기술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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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케미칼의 PVC 공장. |
한화케미칼을 맡은 뒤에는 사업성이 불투명했던 바이오, 2차전지 소재, 탄소나노튜브(CNT) 사업 등을 순차적으로 정리해 고부가가치 제품에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김 사장은 한화그룹 내부에서 ‘영업통’으로 손꼽힌다.
현장경영을 중시해 일주일에 사흘 이상은 직접 현장을 찾아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임직원들에게 ‘기술혁신’과 ‘고부가가치 제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1955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한화그룹 공채로 입사했다.
한화맨으로 첫발을 뗀 곳은 한국프라스틱(한화케미칼의 전신)이었다. 이후 한화석유화학(현 한화케미칼)에서 주력제품인 폴리에틸렌(PE) 사업부장(상무), 폴리염화비닐(PVC) 사업부장(상무), 중국 닝보법인장을 거쳐 한화첨단소재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2015년 한화케미칼의 양대사업축인 유화사업과 태양광사업의 실적개선을 통해 연간 영업이익을 4년 만에 3천억 원대로 회복하는 성과를 냈다. 한화케미칼을 맡은 지 1년 만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