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반도체 전문기업 퀄컴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독점규제 강화로 잇따라 철퇴를 맞으며 부진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의 분야를 확대하고 스마트폰사업에도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맞았지만 퀄컴이 이에 대응해 신사업분야 진출을 가속화하면 경쟁이 심화될 수도 있다.
|
|
|
▲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CEO. |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8일 “퀄컴의 가장 중요한 수익원인 라이선스사업의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퀄컴을 겨냥한 정부 차원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퀄컴이 애플에 통신칩을 공급하며 받는 라이선스비를 다른 스마트폰업체보다 낮게 매겨 다른 업체의 통신칩을 탑재하지 않도록 유도했다는 혐의로 제소할 방침을 세웠다.
퀄컴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통신칩을 공급하며 별도로 스마트폰 판매가격의 일부를 라이선스비로 받는다. 연방거래위원회는 이런 수익구조가 결국 스마트폰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도 최근 퀄컴의 라이선스비가 과하다는 점을 문제삼아 1조 원 이상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유럽연합과 대만 등 세계 당국도 퀄컴에 유사한 이유의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에서 퀄컴이 이미 정부의 제재조치를 받아들여 라이선스비용을 대폭 낮추기로 한 만큼 미국과 한국 등에서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스마트폰사업에서 모두 이득을 크게 볼 수 있다.
미국당국이 퀄컴과 애플의 거래를 문제삼을 경우 애플이 지불하는 라이선스비가 높아져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스마트폰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공정위 조치를 받아들일 경우 퀄컴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서 거두는 라이선스비도 크게 줄어든다.
중요한 부분은 공정위와 미국 연방거래위가 모두 퀄컴이 통신칩기술을 스마트폰업체에 개방하지 않아 독점체제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삼아 시정을 요구한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가운데 유일하게 높은 수준의 시스템반도체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다. 퀄컴의 기술독점이 어려워질 경우 삼성전자가 자체적인 통신칩 개발과 공급에 충분히 나설 수 있다.
현재 글로벌시장에서 통신칩 경쟁사는 퀄컴과 인텔 등에 불과한데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자체개발 통신칩을 탑재하게 되면 다른 회사에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이미 갤럭시 스마트폰에 퀄컴 제품이 아닌 자체개발 프로세서 ‘엑시노스’ 시리즈의 탑재비중이 늘고 있는 만큼 모바일반도체에서 완전한 독립을 이뤄낼 수도 있는 셈이다.
이를 계기로 모바일 프로세서와 통신칩,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를 모두 하나의 패키지에 통합한 삼성전자의 궁극적 목표인 ‘통합칩’ 개발에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블룸버그는 “그동안 퀄컴의 통신기술을 사용해오던 기업들은 막대한 연구개발투자비를 아끼며 퀄컴의 기술을 활용하는 이득을 볼 수 있게 됐다”고 파악했다.
하지만 퀄컴이 모바일반도체에서 각국 규제강화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질 경우 자율주행반도체 등 신사업분야에 더 역량을 쏟아부을 수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퀄컴은 모바일반도체의 성장성이 이미 한계를 맞았다고 판단해 자동차용 반도체사업에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다. 최근 60조 원 정도를 들여 자동차반도체기업 NXP도 인수했다.
|
|
|
▲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왼쪽)과 김기남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모바일반도체의 사업전망이 더 불투명해질 경우 퀄컴은 이런 신사업을 중심으로 체질개선을 더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 추가적인 인수합병과 기술협력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자율주행반도체를 미래 신사업으로 점찍고 연구개발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선두기업인 퀄컴과 격차가 더욱 벌어지며 시장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기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포브스는 “삼성전자는 전장부품업체 하만 인수로 자동차용 반도체 진출을 노리고 있지만 퀄컴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글로벌 상위권 완성차기업을 모두 고객사로 두는 계획이 순항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자동차반도체사업이 본격적으로 자리잡을 때를 대비해 삼성전자가 퀄컴에 등을 돌리기보다 꾸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삼성전자가 하드웨어에서, 퀄컴이 통신분야에서 최고 기업인 만큼 두 업체의 협력은 양쪽의 시장지배력 강화에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스마트폰시장과 달리 자율주행에서 강력한 경쟁업체들이 속속이 등장하고 있는 만큼 협력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