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를 통해 스마트카의 통신시스템과 인포테인먼트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고 있지만 시장진입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과 애플 등 기존 스마트카 강자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 소프트웨어 전문기업들이 속속 경쟁에 참전하며 완성차업체와 협력을 강화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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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의 음성인식서비스 '알렉사'를 탑재한 포드의 자동차. |
15일 외신을 종합하면 사물인터넷 플랫폼과 기술력을 확보한 미국 IT기업들이 스마트카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운영체제에 진출한 선두기업으로 스마트폰과 자동차의 연동기능뿐 아니라 자율주행기술에도 연구개발투자를 지속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도 이전부터 연구개발에 주력하던 음성기반 인터페이스 기술력을 앞세워 스마트카 소프트웨어시장에 진출하며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아마존은 미국 포드와 협력해 음성서비스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카 플랫폼을 선보였다. MS의 경우 르노닛산의 자동차에 음성인식기능 ‘코타나’를 적용한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했다.
구글은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현대차 등에 협력을 강화하며 자동차 운영체제의 영역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벤츠와 BMW, 아우디 등은 자체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기술개발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거액을 투자한 전장업체 하만 인수로 본격적인 스마트카시장의 진출을 노리는 상황에서 이미 IT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해 벌써부터 치열한 영역다툼을 벌이는 형국인 셈이다.
하만은 글로벌 인포테인먼트 2위 업체로 강력한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의 솔루션에 자체개발한 음성서비스를 적용하며 스마트카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음성인식기능 등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이른 시일 안에 소프트웨어 전문기업들과 맞경쟁을 벌이기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유사한 전략으로 스마트카 시장진출을 노리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기술을 앞세워 스마트카 솔루션에도 수직계열화 효과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이전부터 꾸준히 약점으로 꼽히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놓고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스마트카시장에서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율주행차 시대에서 핵심적 경쟁력은 음성인식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이 될 것”이라며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완성차업체들이 이런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워 IT기업과 점점 더 활발한 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도 이런 상황을 인식해 시장진출을 결정했다.
하지만 결국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구글 등 대형 IT기업과 맞설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향후 스마트카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어려워질 수 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IT업체와 완성차기업의 협업이 활발한 가운데 국내기업들은 전장부품의 하드웨어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마존과 구글 등 선두업체들의 영향력이 점점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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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만의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
하지만 대신증권은 삼성전자가 가전제품과 스마트폰의 높은 시장점유율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물인터넷 생태계 영향력을 확대한 뒤 전장부품시장에 진출한다면 스마트카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장기적으로 스마트카를 포함해 모든 제품을 하나의 사물인터넷 플랫폼으로 연결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의 향후 과제는 하만 인수를 마무리한 뒤 본격적인 시장진출에 앞서 소프트웨어 역량확보를 앞당기고 기존 플랫폼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출했지만 연구개발을 앞세운 공격적인 성장전략으로 수년만에 글로벌 1위업체로 거듭났다. 스마트카시장에서도 이런 성공신화를 재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포브스는 “삼성전자가 스마트카시대 개막 뒤 가장 기대받을 기업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장기적인 플랫폼전략과 협업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