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5-07-28 17:15:13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글로벌 콘텐츠 기업 도약을 위해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내고 있다.
‘펍지: 배틀그라운드’로 쌓은 자금력을 기반으로 1년 사이 5건 이상의 인수를 단행하며 게임과 비게임 영역 모두에서 외연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수익 구조는 오롯이 배틀그라운드에 집중되어 있어 ‘포스트 배그’ 전략의 성과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 크래프톤이 다양한 인수합병을 통해 외연 확장에 속도를 내고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최근 1년 동안 다양한 M&A를 진행하며 외연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인수는 지난 6월 발표된 일본 종합광고회사 ADK홀딩스 인수다. 크래프톤은 약 7100억 원을 들여 ADK그룹을 인수했다. ADK는 일본 내 손꼽히는 종합광고사로 연매출 약 1조1천억 원 가운데 80%는 광고, 20%는 애니메이션에서 발생한다.
이 외에도 지난해 9월에는 숏폼 드라마 플랫폼 스푼랩스에 약 120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스푼랩스는 오디오 플랫폼 스푼을 개발해 서비스 11년 차에 접어든 기업이다.
이는 크래프톤이 게임을 넘어 비게임 콘텐츠 영역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펍지 IP의 숏폼 영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로의 확장 가능성과 함께 영상 플랫폼 내에서 새로운 IP 확보도 시도할 수 있다. 또 플랫폼 사업 자체가 수익원(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도 있다.
장 의장은 꾸준히 영화,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부문 전반에 대한 사업 확대 의지를 밝혀왔다. 2021년 크래프톤 기업공개 당시에도 “게임이라는 강력한 미디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되는 것이 글로벌 고객들이 바라는 것”이라며 미디어 확장 방향을 설명했다.
지난해 3월13일 크래프톤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세계 어디를 가도 맥도날드가 보이듯이 어느 분야에서도 펍지(배틀그라운드)라는 프랜차이즈가 보이도록 하겠다”라며 “외부 제작사와도 협업해 펍지 IP로 다양한 시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게임 개발사 인수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 7월에는 북미 액션 RPG ‘라스트 에포크’를 개발한 일레븐스 아워 게임즈를 1324억 원에 인수했다. ‘라스트 에포크’는 지난해 정식 출시 이후 300만 장 이상의 누적 판매고를 올리며 북미 액션 RPG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다.
올해 4월에는 국내 게임사 넵튠을 약 1650억 원에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넵튠은 과거부터 크래프톤과 협업해 온 파트너사로 넵튠은 자회사 님블뉴런이 개발한 ‘이터널 리턴’을 비롯 ‘고양이 스낵바’, ‘우르르 용병단’, ‘무한의 계단’ 등 캐주얼 게임 분야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3월에는 인도 모바일 크리켓 게임 개발사 노틸러스 모바일을 202억 원에 인수하며 신흥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인도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최대 시장 중 하나다.
지난해 8월에는 일본 콘솔 게임사 탱고게임웍스를 인수했다. 리듬액션 ‘하이파이 러시' 등으로 잘 알려진 탱고게임웍스는 공포·액션 장르에 강점을 가진 개발사다. 크래프톤은 해당 스튜디오를 인수를 통해 하이파이 러시 IP를 확보했다.
과거 크래프톤은 유명 개발자를 영입해 IP를 키우는 전략을 취했다. 펍지를 만든 브렌던 그린, ‘데드스페이스’의 글렌 스코필드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칼리스토 프로토콜’ 흥행 실패 이후로 완성된 개발사나 IP를 직접 사들이는 방식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다만 최근 M&A 라인업들은 대부분 차기작 개발을 염두에 둔 IP 확보와 파이프라인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연결 실적에 기여하는 범위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레븐스 아워 게임즈 인수를 두고 “크래프톤의 실적에 유의미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라스트 에포크’라는 IP 확보에 의미가 있으며 후속 시즌 혹은 후속작에서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빅 IP 프랜차이즈 확보를 올해 핵심 사업으로 꼽고 국내 게임사 중 가장 활발한 인수 전략을 이어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수익 구조는 여전히 배틀그라운드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
올해 신작인 ‘인조이’는 100만 장 이상 판매됐지만 실적 기여는 제한적이다. 기대작으로 꼽혔던 ‘서브노티카2’는 출시가 내년으로 연기되며 당분간 신작 부재 속 배틀그라운드의 확장 전략에 매달려야하는 상황이다.
그 외 블루홀 시절 인수한 ‘라이징윙스’는 다양한 캐주얼 게임을 출시했지만 흥행작은 부재한 상태다.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는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흥행에 실패했고 언노운월드의 신작 ‘문브레이커’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이 이어지는가운데 일부 자회사에서는 운영상 갈등이나 내부 잡음이 표면화되는 등 관리 과제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언노운월즈의 창립 멤버가 약 3447억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하며 내부 갈등이 외부로 노출됐고 북미 커뮤니티에서는 크래프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기도 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기반 실적이 여전히 견조하고, 인수·합병을 추진할 재무 여력도 충분하다”면서 “M&A 이후 성과 연결, IP 운영 체계 정비 등 과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업 다각화 전략이 기대만큼 속도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