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는 춘천 명동 닭갈비 골목의 음식점.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할 수 있나요?”
28일 찌는 듯한 폭염에도 춘천 명동 닭갈비 골목은 오랜만에 활기로 가득 찼다.
길거리 곳곳에 ‘쿠폰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고 매장 앞에서는 쿠폰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 중심에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있다.
21일부터 신청이 시작된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27일 자정 기준 약 3967만 명이 신청을 완료했고, 약 7조1200억 원을 지급했다. 동일 기간 기준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54.4%), 2021년 국민지원금(68.2%)보다 높은 신청률이다.
소비쿠폰은 서울,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적으로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 효과가 지역 경제 현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춘천은 그간 지역내총생산(GRDP)과 인구 모두에서 강원도 내 다른 도시인 원주에 밀리며, ‘강원도 대표 도시’라는 명성에 금이 간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계기로 지역 상권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춘천시는 전국 최초로 쿠폰 지급을 위한 전담 임시조직(TF)를 가동하기도 했다.
닭갈비 골목에서 20년 넘게 가게를 운영 중인 한 주인은 “재난지원금 때보다 사용처가 줄어서인지 쿠폰이 되는지 물어보는 손님이 훨씬 많다”며 “무엇보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손님 자체가 많아진 게 실감난다”고 말했다.
▲ 춘천의 한 대형 카페. 민생회복지원금 안내문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번 쿠폰은 단순한 생필품 소비를 넘어 ‘작은 사치’까지 가능하게 만들며 소비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한 약국에서는 부부가 각각 쿠폰을 활용해 결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아내는 “원래 필요했던 것들이지만 쿠폰으로 사니 심리적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약사 역시 “결제 전 쿠폰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손님이 많다”며 체감하는 변화를 전했다.
의류 매장과 네일숍 등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한 손님은 “쿠폰을 받은 김에 안 해보던 네일아트를 해보려고 했는데, 다음 달까지 예약이 꽉 차 있었다”며 “생각보다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많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주말을 맞은 대형 카페에도 가족 단위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한 카페 직원은 “주말은 원래도 붐비지만 이렇게 더운 날씨에도 손님이 많아진 걸 보면 확실히 쿠폰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페를 찾은 한 여성 고객도 “신청도 간편하고 재난지원금보다 사용이 자유로워 부담이 적다”며 “미뤄왔던 안경을 바꿨는데 쿠폰 금액이 남으면 미용실에도 가볼 생각”이라며 웃었다.
▲ 민생소비쿠폰 사용불가 안내문을 붙인 다이소 직영점. <비즈니스포스트> |
특히 쿠폰 사용이 불가한 매장에서도 사용 불가 안내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해당 매장의 한 점원은 “사용 불가 안내문을 붙이지 않는 이유는 손님이 안 올까 봐”라며 “사용 여부에 대해 전화 문의가 많이 오는 편이다”고 말했다. 쿠폰 사용 가능 여부가 실제 손님 유입에 영향을 미친다는 현장의 목소리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이번 소비쿠폰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강력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소득 하위 20% 가구의 한계소비성향(소득증가분 대비 소비비중)이 전체 평균(19.2%)보다 크게 높은 91.2%를 기록했다. 저소득층에 대한 직접 지원이 소비·내수 진작에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춘천시는 TF 설치 외에도 사용처 확대, 온라인 결제와 동시 지역상권주도형 소비유도 캠페인을 추진하며, 정책 효과 극대화에 힘쓰고 있다. 소비쿠폰 지급은 단순 생계지원이 아니라 지역경제·내수 진작을 넘어 시민들에게 풍요로운 ‘소비경험’을 제공하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 국민지원금에 더해 할인 혜택을 안내하고 있는 매장의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
다만 ‘쿠폰 특수’가 종료된 이후에도 소비 활성화 흐름이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처럼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당시 긴급재난지원금은 지급 직후 한 달간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컸지만 이후 빠르게 잦아들었다. 투입 예산 대비 매출 증대 효과도 26.2~36.1% 수준에 그쳐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전문가들은 일시적 소비 진작을 넘어 지속 가능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쿠폰 효과가 민간 투자 확대나 자영업 회복, 고용 창출로 연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기간의 소비 증가에 머물지 않으려면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장기적 지원과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일회성 현금 지원만으로는 소비자·사업자의 불확실성 해소에 한계가 있다”며 “상권 맞춤형 경쟁력 강화, 혁신 투자 유도, 중소상공인 장기·직접 지원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1일 오전 9시부터 오는 9월12일 오후 6시까지 약 8주간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신청을 받는다.
지원 금액은 국민 1인당 기본 15만 원이며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족은 30만 원, 기초생활수급자는 40만 원이 지급된다. 이와 별도로 비수도권 주민에게는 3만 원,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주민에게는 5만 원이 추가 지급된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