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 지위를 벗어나 본연의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전환점에 섰다.
이번 인적분할은 바이오시밀러 강자로서 쌓아온 성과뿐 아니라 신약개발 본격화를 위한 미래 전략까지 시장의 조명을 받을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피스홀딩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두 법인의 대표를 겸임하게 될 김경아 대표는 안정적 수익 기반을 유지하면서 신약개발이라는 새로운 성장축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28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인적분할 절차에 돌입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인적분할 방식으로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신설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29일 권리주주가 확정되며, 9월16일 주주총회를 거쳐, 10월1일을 분할기일로 신설 법인을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변경상장 및 재상장은 10월 29일 예정되어 있다.
이번 인적분할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기존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구조적인 전환점을 맞는다. 분할기일 이후 재상장 신청 전까지 삼성에피스홀딩스 아래 신약 플랫폼 개발을 전담할 자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김경아 대표는 이러한 변화를 본격적으로 이끌 인물이다. 개발본부장으로서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주도해 온 그는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에 선임된 이후, 이번 분할을 계기로 삼성에피스홀딩스 대표도 겸하게 됐다. 회사 설립 13년 만의 첫 대표 교체이자 삼성그룹 역사상 첫 여성 전문경영인이라는 점에서 상징성도 크다.
현재 바이오시밀러 시장 환경은 우호적이다. 각국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 승인 절차 간소화,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 등이 맞물리며 제품군 확대 기회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약 개발 역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고성장이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함께 국내 대표 바이오시밀러 기업인 셀트리온도 올해 본격적인 신약개발 청사진을 제시했다.
바이오시밀러는 신약에 비해 개발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수익구조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가격 경쟁에 취약하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50% 이상 낮은 약가에 출시되는 만큼, 발매 초기 시장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 심화에 따른 단가 하락과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 삼성바이오에피스가 2019년 흑자전환 이후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비해 성장 속도나 수익 규모 면에서 다소 아쉬운 흐름을 보여왔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2019년 흑자전환 이후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비해 성장 속도나 수익 규모 면에서 다소 아쉬운 흐름을 보여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생산설비 투자에 따른 고정비 부담 등 일시적 비용 증가를 제외하면, 지속적인 생산능력 확대를 앞세운 ‘초격차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달리 삼성바이오에피스 영업이익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완만하며,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유입 여부에 따라 들쭉날쭉한 모양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별도 매출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8469억 원, 9463억 원, 1조202억 원, 1조5377억 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27억 원, 2315억 원, 2053억 원, 4353억 원이었다.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4.3% 감소한 4010억 원, 영업이익은 65.1% 줄어든 898억 원을 기록했다. 일회성 마일스톤 수익 제외가 영향을 미쳤다.
그런 점에서 신약 개발은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성장축으로 기대된다. 막대한 투자와 높은 실패 가능성을 수반하지만, 성공할 경우 독점적 지위 확보를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시밀러 출시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 일정에 맞춰야 하지만, 신약은 자체 개발 일정에 따라 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사실상 신약 파이프라인 구축의 출발점에 서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보유한 신약 후보물질은 다케다 제약과 공동개발하는 급성 췌장염 치료제(프로젝트명: SB26, TAK-671)가 유일하다. 해당 후보물질은 2020년 임상1상을 완료했지만 이후 별다른 진전 없이 현재까지 임상2상 개시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 가시적 성과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ADC(항체-약물 접합체) 및 유전자 치료제 분야에서 신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차세대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에도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파이프라인은 이미 전임상 단계에 진입했으며, 올해 안에 임상 시험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