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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
한진해운이 청산의 길을 걸으면서 현대상선이 ‘1등 국적선사’ 자리를 넘겨받았다. 국내 해운산업의 미래가 현대상선에 상당부분 달려있지만 현대상선의 앞길은 험난해 보인다.
공급과잉과 저가운임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해운산업의 불황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향후 2~3년 동안 사업을 확장하는 대신 내실경영에 집중하기로 하고 아시아와 미국노선에 집중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태평양 지역의 영업환경은 날로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는 태평양노선이 올해 글로벌 해운사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상선과 이스라엘의 짐 등 해운동맹에서 배제된 해운사들이 저가운임 경쟁을 지속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 현대상선 ‘1등 국적선사’ 경쟁력 갖출까
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시장은 4월부터 2M과 오션얼라이언스, 디얼라이언스 등 3개의 거대 해운동맹을 주축으로 재편된다.
해운동맹 소속 해운사들은 결속력을 발휘해 운임을 올리려 하겠지만 해운동맹 소속이 아닌 해운사들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저가운임 경쟁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과 짐뿐만 아니라 대한해운과 싱가포르의 PIL, 그리고 대만의 완하이 등 해운동맹 소속이 아닌 해운사들은 모두 태평양노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태평양노선에서 해운동맹 소속이 아닌 해운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시장점유율은 13%로 태평양노선 전체를 저가운임 경쟁 속으로 빠뜨리기에 충분하다.
유창근 사장은 향후 2~3년 동안 아시아와 미국노선에 집중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2021년까지 ‘시장점유율 5%, 영업이익률 5%’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현대상선이 아시아와 미국노선에서 수익을 내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유 사장이 내놓은 현대상선의 ‘시장점유율 5%, 영업이익률 5%’ 목표를 놓고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현대상선은 현재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2.2%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향후 2~3년 동안에 시장점유율 확대하면 할수록 손해를 본다며 컨테이너선박을 새로 만들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2021년까지 시장점유율 5%를 확보하기 위해서 앞으로 4년 동안 선대 규모를 65만 TEU 더 늘려야 한다.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이 보통 1만 TEU급인 점을 가만하면 현대상선은 1~2년이라는 기간에 초대형 컨테이너선박 65척을 확보해야 달성이 가능한 목표를 세운 셈이다. 현대상선은 현재 중소형과 대형 선박 등을 포함해 모두 66척의 컨테이너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 한진해운의 빈자리 메워질까
한진해운은 지난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까지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7위를 차지했다. 현대상선은 14위였다.
정부가 해운업 구조조정을 주도한 결과 한진해운은 퇴출됐고 현대상선은 살아남았다. 정부는 한진해운을 살리는 대신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자산을 최대한 흡수해 1등 국적선사로서 경쟁력을 갖추게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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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 |
그러나 현대상선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한진해운 자산을 흡수하는 데 실패했다. 현대상선이 인수한 한진해운 자산은 스페인 알헤시라스터미널뿐이다.
한진해운의 태평양노선 영업망은 SM그룹에 넘어갔고 한진해운 롱비치터미널의 경우 소수지분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한진해운이 보유했던 선박도 대부분 해외로 매각됐다.
유 사장은 현재 추가로 한진해운 자산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주요 자산은 이미 매각된 상황이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자산을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면 보다 쉽게 시장지위를 높일 수 있었지만 이런 기회가 사라진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고 올해 1분기 안에 이를 실행에 옮긴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의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현대상선 키우기에 집중한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신조지원프로그램과 한국선박회사 등을 통해 총 국내 해운업계에 6조5천억 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한다.
한진해운이 몰락하면서 한국정부 무능력함을 비판하는목소리가 국내외에서 높다. 또 다른 국내 해운사들도 한진해운처럼 부실할 수 있다는 인식이 해외 화주들 사이에 퍼지면서 국내 해운사의 신인도가 크게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US라인이 1986년 파산한 뒤 30년 동안 주요 해운사가 몰락한 사례가 없다가 한진해운이 청산위기에 놓이면서 글로벌 해운업계의 이목이 한국에 쏠리게 된 것”이라며 “한진해운의 몰락은 한국정부의 구조조정 실패로 인식되면서 다른나라 정부와 해운사들은 강도높게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