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5-06-25 18:11:28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매일유업 영업이익이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에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면서 매일유업에 예고됐던 위기 상황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분석된다.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이사 부회장은 내수 유업계 역대급 위기를 우유 이외 제품군을 확대하며 대비해왔지만 수익성 악화 속 관세 철폐로 인한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해외시장 확대가 타개책일 수 있지만 매일유업의 해외 매출 비중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해외 사업 확대를 통해 국내 유업계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김선희 부회장.
25일 매일유업 분기보고서를 종합하면 회사는 올해 1분기 원재료비 상승과 마케팅비 증가 등 비용 확대로 인해 매출 증가에도 영업이익이 크게 후퇴한 것으로 분석된다.
매일유업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4588억 원, 영업이익 13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3.3% 늘었고, 영업이익은 33.3% 감소했다.
원재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유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고, 인건비성 비용과 광고선전비가 전년대비 약 85억 원 늘었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올해 2분기에도 매일유업의 영업이익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매일유업은 2분기 손익 측면에서 판관비 효율화가 예상되지만 소비 경기 둔화 환경에서 판매가격 인상이 신중한 상황”이라며 “전년대비 영업이익 감소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일찌감치 예고됐던 위기가 매일유업 코앞에 다가왔다.
내년 1월부터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유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가 전면 철폐된다. 2022년만 해도 10% 수준이었던 미국·EU산 유제품 관세율은 FTA 일정에 따라 단계적으로 낮아져왔다.
김선희 부회장은 작년 7월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강연에서 “우유만 파는 중소기업들은 2026년 이후면 다 없어질 것”이라며 “매일유업은 우유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작업을 10년 전부터 해왔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 부회장은 단백질음료와 아몬드·귀리 등 식물성 음료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확대해왔다. 2021년 83.6%에 이르렀던 매일유업 유가공부문 매출 비중은 지난해 60.2%까지 떨어졌다. 기타부문 비중이 10%대에서 약 40%까지 증가한 것이다.
다만 값싼 낙농 선진국 제품들이 국내에서 관세 없이 경쟁을 본격화하면 매일유업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과 묶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현재도 쿠팡 기준 폴란드산 멸균우유 믈레코비타 가격은 100㎖당 150~200원 수준으로 100㎖당 300원 수준인 매일유업 멸균우유 제품보다 30% 이상 싸다.
이미 수입 멸균우유 판매업체들은 카페 등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우유를 무상공급하는 등 공격적 영업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우유는 어린 아이들 수요가 많은 만큼 멸균우유가 싸다고 해서 수입 제품 수요가 급증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일반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카페 등에서는 가격 메리트가 커서 회사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내수 경기 위축과 저출산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매일유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선 해외사업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19~22일 서울 올림픽 경기장 일대에서 열린 한류 종합 축제 '2025 마이케이 페스타' 매일유업 부스 현장 모습. <매일유업>
김 부회장 역시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내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해외시장 확대는 내수 수요 감소와 유제품 관세 철폐에 따른 영향을 줄일 수 있는 해답이 될 수 있지만 매일유업의 해외 매출 비중은 약 5%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김 부회장은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다양한 제품들을 들고 해외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주공략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시장은 매일유업 수출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2023년 스타벅스차이나와 중국 전역 6천여 개 스타벅스 매장에 식물성 음료 ‘아몬드브리즈 바리스타’ 제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는 오트음료 브랜드인 ‘어메이징 오트’ 제품도 추가로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중국 조제분유 수출을 위한 제2공장 허가권을 획득했다. 중국은 자국 내에 조제분유를 수출하려면 공장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허가받은 공장당 수출 브랜드도 3개로 제한된다. 허가권 획득으로 매일유업은 기존 평택공장에 이어 아산공장에서도 중국 수출용 조제분유 생산이 가능해졌고, 수출 가능 브랜드 수도 기존 3개에서 6개로 늘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매일유업은 2017년 사업보고서가 공개된 뒤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매일유업의 지난해 수출액은 936억 원으로 전년보다 42% 증가했다.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5.2%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3.9% 이상을 회복했다.
김 부회장이 해외사업을 지속 확대하며 내수 유업계에 불어 닥친 위기 속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부회장은 김복용 매일유업 창업주의 장남인 김정완 매일홀딩스 대표이사 회장과 사촌이다. 2014년부터 매일유업 대표이사로 일하다 2023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09년 매일유업에 합류하기 전까지 금융업계에 몸담으며 BNP파리바은행 한국지점과 크레디아그리콜은행 한국지점 애널리스트, 한국씨티은행 신탁리스크 관리부장 등을 거쳤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해외에서 식품 관련 박람회에 참석해 적극적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고 최근에는 한류 페스티벌 ‘마이케이 페스타’에 부스를 차리고 많은 해외 바이어들을 만났다”며 “유제품으로는 해외에서 가격경쟁력이 밀릴 수 있지만 식물성 음료와 단백질 음료·식품 등 다양한 제품들로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