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올해 안에 은행을 통합하고 내년에 전산통합을 마치는 것이다.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통합선언까지 했지만 외환은행 노조가 대화조차 거부하면서 난항을 겪자 통합일정 제시를 통해 통합분위기를 띄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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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
김정태 회장은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하나금융그룹 드림소사이어티' 행사에 참석해 “회장으로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을 미루는 것은 조직에 대한 배임, 주주에 대한 배임, 사회와 직원에 대한 배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올해 안으로 통합을 해야 내년 12월 안에 전산통합이 끝날 것”이라며 “2016년 도입되는 계좌이동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좌이동제란 고객이 주거래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공과금 이체도 별도의 신청없이 자동으로 옮겨지는 것을 말한다.
김 회장은 “이렇게 더 가면 하나금융은 물론 외환은행 역시 더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했다”며 “그렇기에 이제 조기통합으로 전략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기통합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3600억 원을 올려 2년 전 대비 무려 58% 급감했고,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43% 가량 당기순이익이 줄어들었다. 김 회장은 이런 현실을 조기통합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에 따른 시너지를 연간 3121억 원(비용절감 2692억 원, 수익증대 429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5년 동안 보장하겠다는 합의서를 어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 “합의를 바꾸려고 한 것은 조직원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라며 “만약 통합이 늦어지면 근로조건 유지와 고용안정이라는 합의서 정신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통합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나선 것은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로 통합 진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지난 19일 양쪽 은행장이 참석한 가운데 통합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하고 노조와 대화에 들어갔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조는 경영진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5년 독립경영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전 직원의 94%가 서명한 ‘조기통합 반대 결의서’를 지난달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김 회장은 이런 노조의 태도를 겨냥해 “(통합에 대해) 당장 고통을 겪는다 하더라도 미래를 위해선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에 내 진정성을 알릴 수 있다면 직원들과 공개토론회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노조가 제기한) 소송에 많이 걸려 있는데, 자기 보스를 이렇게 계속 칼로 찌르는 조직은 없다”고 덧붙였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날 김한조 행장의 대화 요청을 거듭 거절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성명을 내어 "경영진의 대화 요구는 진정한 대화 의지의 산물이 아닌 하나지주의 합병강행을 합리화하고 조직을 쪼개려는 작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