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은 지난 14일 열린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원효성빌라 재건축정비사업 정기총회에서 효성중공업을 제치고 시공권을 따냈다고 16일 밝혔다. 조합원 98명 가운데 67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우건설은 50표를 얻어 효성중공업(15표)을 크게 앞섰다.
효성빌라 재건축은 서울 서초구 59-1 외 6필지에 최고 4층, 11개동, 공동주택 132세대 및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세대 규모가 작고 공사비도 3387억 원에 그쳐 ‘초대형’ 사업지는 아니다.
다만 대표 부촌 서래마을의 최초 재건축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여겨진다. 서래마을은 강남 한복판에 자리해 대우건설이 도시정비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교두보로도 평가된다.
서래마을 입구는 서울 핵심지 반포동 중심을 가로지르는 사평대로를 따라 고속터미널로 이어진다. 이 일대는 신반포궁전과 반포 미도1차 등 노후 단지를 비롯해 ‘반포 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 힐스테이트’ 등 주요 단지와 맞닿아 있다.
이에 대우건설은 차별화를 노려 원효성빌라 재건축의 3.3㎡당 공사비를 1550만 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올해 초 관심을 모은 한남4구역 공사비(3.3㎡당 약 940만 원)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대우건설이 고급화 전략에 자신감을 내보인 것으로도 읽힌다.
효성중공업과 대우건설은 또한 모두 조합에 기존 브랜드가 아닌 새 단지명을 제시하며 공을 들였다. 대우건설은 주거 브랜드로 ‘푸르지오’와 ‘써밋’을, 효성중공업은 ‘해링턴 플레이스(빌라는 해링턴 코트)’를 보유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효성빌라 재건축 사업에 ‘트라나(TRANA) 서래’를, 효성중공업이 ‘더 강남원(The Gangnamwon) 효성빌라’를 제안했다. ‘트라나’는 ‘안식처’란 뜻으로 대우건설은 프라이버시와 생명력을 강화한 새로운 주거 형태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 '트라나 서래' 조감도. <대우건설>
대우건설은 이번 수주전을 이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 아래 치러 효율적으로 시공권을 따낸 것으로 평가된다. 건설사는 통상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홍보관 구성부터 인력 배치 등으로 많게는 수십억 원을 지출한다.
두 기업은 모두 효성빌라 수주전에서 적극적 홍보전략을 구사하지 않았고 결과도 시공능력평가 순위(대우건설 3위, 효성중공업 39위)대로 흘러갔다.
김보현 사장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첫 수주전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대우건설은 김 사장이 취임 이후 내실경영을 강조하며 도시정비시장에서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고 ‘트라나 서래’ 이전까지 올해 서울 도시정비사업 수주가 없었다.
▲ 김보현 사장(가운데)이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아파트를 찾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우건설>
김 사장의 시선은 이제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으로 향하고 있다. 개포동 재건축 '마지막 퍼즐'로 꼽히는 곳으로 오는 19일 입찰 마감을 앞둔 가운데 대우건설 외에도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효성빌라 재건축은 상대의 시공능력평가 순위 차이가 컸지만 개포우성7차는 국내 최상위권 건설사와 정면승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사장의 본격적 도시정비 수주전 데뷔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올해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을 리뉴얼해 매스티지(대중성과 명품, MASS+presTIGE product) 시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개포우성7차에 서울 최초로 새 ‘써밋’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만큼 수주전 윤곽은 개포우성7차 재건축 입찰공고 전후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 김 사장은 개포우성7차 아파트를 찾아 “개포우성 7차가 강남 재건축 사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도록 최고의 사업조건을 제시하겠다”며 “대우가 하면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고, 이익보다 조합원 마음을 얻는 데 혼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