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빈민들이 옥스팜 식수 보급 사업을 통해 깨끗한 물을 공급받고 있다. <옥스팜>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주요국들이 올해 정상회의를 앞두고 해외원조 규모를 대폭 줄이기로 계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15일로 예정된 G7 정상회의 발표 자료를 확인한 결과 G7 국가들이 2026년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2024년 대비 약 26% 삭감할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현재 G7이 전체 글로벌 ODA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5%에 이른다.
옥스팜은 1942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시작된 국제구호개발기구로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식수, 위생, 식량원조, 생계자립 프로그램 등을 전개하고 있다.
G7이 이번에 발표한 ODA 삭감 규모는 1975년 이후 최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할리마 베굼 옥스팜 영국 최고경영자는 "기아, 빈곤, 그리고 기후피해가 심화되는 최악의 시기에 G7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G7은 개발도상국들을 위한 다리를 건설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그 다리를 허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가 실행되면 G7 원조 예산 규모는 3년 연속 감소하게 된다. 구체적인 수치로 따지면 2026년 G7의 ODA 규모는 2024년 대비 440억 달러(약 60조 원) 감소한 1120억 달러(약 135조 원)가 된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330억 달러, 영국이 50억 달러, 독일이 35억 달러, 프랑스가 30억 달러를 각각 줄인다.
옥스팜은 이를 두고 1990년대 이후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추세라고 지적했다.
국제 비영리단체 ONE캠페인 분석에 따르면 영국이 원조 예산을 40% 삭감하면 향후 5년 동안 전 세계에서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약 60만 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동안 홍역, 소아마비, 로타바이러스 등 치명적 질병 예방접종을 받는 어린이도 3790만 명 감소한다.
여기에 내년부터 아프리카 전역에서 극빈층이 570만 명 더 발생하고 2030년에는 1900만 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사실상 G7 모두가 ODA를 삭감하면 매년 수백만이 넘는 사람들이 질병과 식량 부족으로 죽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옥스팜은 "G7 국가들은 국제 원조와 연대에대한 약속을 저버릴 뿐만 아니라 가자지구처럼 굶주림에 직면한 지역에서 국제법의 중대한 위반을 방치하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콩고 등 어디서든 민간인은 보호받아야 하며 원조는 그 첫번째 보호막"이라고 강조했다.
옥스팜은 이어 "오늘날 글로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G7이 긴급히 원조 삭감을 철회하고 자금 지원을 복원할 것을 촉구한다"며 "또 옥스팜은 G7이 브라질과 스페인이 주도하는 초부유층 세금 인상 노력을 지지하고 아프리카연합과 바티칸이 요구하는 국가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유엔 기구 설립도 지지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