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율주행 무인택시 '로보택시' 성공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출시 시기와 기술력, 관련 규제와 안전성 등 여러 변수에 아직 해답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가 미국 텍사스주에서 자율주행 무인택시 ‘로보택시’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상용화가 임박한 시점에도 여전히 많은 의문부호가 남아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로보택시 관련 규제와 안전성, 기술 등 측면에서 소비자와 시장에 확신을 주지 못한다면 이는 또다른 신사업 실패 사례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는 12일 “테슬라 로보택시 출시는 일론 머스크가 두고 있는 미래의 비전을 보여줄 계기”라며 “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말 ‘로보택시 데이’ 행사에서 사업 진출 계획을 공식화했고 곧 텍사스주에서 올해 6월 중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에 출시일을 6월22일로 “잠정 결정했다”고 언급했지만 안전 문제를 고려해 일정이 바뀔 수도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테슬라가 그동안 신제품 출시나 신사업 진출 계획을 늦추는 사례가 빈번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여전히 로보택시 상용화 시기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로보택시는 관련 규제와 기술력, 안전성 검증 등 측면에서 넘어야 할 장벽이 높기 때문에 소비자와 주주들에 다시금 실망을 안길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로이터는 “테슬라 현재 기업가치에서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신사업이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로보택시 사업 진출에 차질이나 지연이 발생하면 주가에도 그만큼 타격이 번질 수 있다는 의미다.
테슬라가 텍사스주를 로보택시 첫 출시 지역으로 결정한 이유는 현재 본사 및 공장이 위치한 지역일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관련 규제가 가장 느슨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로이터는 텍사스주에 구글 웨이모 등 기업의 자율주행 차량 운행이 늘어나면서 교통 상황과 안전성 문제를 고려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텍사스주 의회는 5월에 자율주행 차량 운행 업체들이 사전 허가를 받도록 요구하고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생긴다면 허가를 취소할 수도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주지사 서명 등 절차가 남아있어 시행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자율주행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신호인 만큼 테슬라 로보택시에도 부정적 변수다.
일론 머스크가 미국 전역에 로보택시 출시 확대를 서두르겠다고 했지만 텍사스 이외 주에서 관련 규제를 통과하거나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테슬라가 아직 로보택시에 활용할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해 상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은 점도 상용화 가능성이나 안전성 문제에 의문을 키우고 있다.
현재 테슬라가 전기차에 탑재하는 주행보조 기능은 무인 자율주행이 불가능한 수준인데 로보택시에 기존 기술이 쓰이는지, 새 기술이 적용되는지도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잠정 출시일이 열흘 남은 시점에도 어떤 승객이 테슬라 로보택시를 어떤 방식으로 호출해 이용할 수 있는지, 요금은 얼마인지 등 기본적인 내용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가 최근 온라인으로 설전을 벌이며 관계가 멀어진 점도 새로운 악재로 떠올랐다. 로보택시 상용화에 정부 당국 승인이 필수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가장 큰 이유도 결국 정부 규제 완화나 승인이 필요한 로보택시 및 휴머노이드 신사업 때문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증권사 웨드부시는 “일론 머스크는 자율주행 사업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남아야만 한다”며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 앞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동안 일론 머스크가 수 년에 걸쳐 로보택시를 테슬라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강조한 점에 비춰볼 때 실제 추진 상황은 ‘요란한 빈 수레’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테슬라는 이미 휴머노이드 신사업과 전기차 신모델 ‘사이버트럭’ 출시 등 과정에서 이미 비슷한 전례를 여러 차례 보였다.
일론 머스크가 다소 무리해 보이는 수준의 공격적 사업 계획을 제시한 뒤 실제 상용화 시점은 수 년 뒤까지 미뤄지고 실제 성과도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사례가 이어졌다.
사이버트럭의 경우 테슬라가 당초 약속했던 수준보다 가격이 크게 높아졌고 출시일도 크게 밀렸다. 현재는 판매 부진 상황이 장기화되며 사실상 실패한 제품에 가까워졌다.
일론 머스크가 적기에 로보택시 출시 목표를 달성하고 기술력과 안전성도 충분히 인정받는 확실한 반전 계기를 만들지 못한다면 주주와 소비자들은 과거와 유사한 ‘데자뷔’를 느낄 공산이 크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경영 능력을 다시금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며 “다만 로보택시가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지 않으면 의문부호는 다시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