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중대형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 시름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부의 전기차 배터리인증 규제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돼 삼성SDI가 내년에도 실적개선에서 고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9일 “중국정부의 전기차배터리 관련 규제가 예전에 볼 수 없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며 “중국 배터리업체들의 빠른 성장세까지 더해지면서 삼성SDI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 긍정적인 움직임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파악했다.
|
|
|
▲ 조남성 삼성SDI 사장. |
중국정부는 11월 ‘전기차배터리 모범규준 수정안’의 초안을 새롭게 발표했다.
생산능력 기준을 기존 연간 0.2GWh(기가와트아워)에서 8GWh로 40배 늘린 것을 뼈대로 하는데 중국정부는 배터리업체들의 공청회를 거쳐 이르면 내년 1월 수정안을 확정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등 국내업체들뿐 아니라 중국업체들 대부분도 모범규준의 생산능력을 충족하지 못해 수정안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발표 이후 한달이 넘게 구체적인 진행사항이 나오지 않으면서 부정적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정부는 지난해부터 전기차배터리 모범규준을 만든 뒤 배터리업체들을 심사해 왔는데 중국 내 배터리공장 가동기간 등을 이유로 삼성SDI, LG화학 등 국내업체들의 통과를 미뤄왔다.
중국 배터리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는데 사드배치결정 등 정치적인 사항까지 더해지면서 규제를 더욱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정부가 모범규준을 통과하지 못한 업체의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 만큼 삼성SDI가 인증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중국 배터리사업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SDI가 중국정부의 모범규준을 통과해도 중국에서 배터리사업의 경쟁심화로 실적을 단기간에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는 동안 비야디(BYD), CATL 등 중국배터리업체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비야디는 전 세계 전기차 1위업체로 배터리를 자체적으로 공급하며 시장지배력을 크게 높였다.
삼성SDI가 전기차배터리사업에서 주력으로 삼고 있는 각형배터리 수요가 줄어드는 점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됐다.
전기차배터리시장은 소형 원통형배터리가 중대형인 각형과 파우치형배터리의 수요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에 따르면 중대형 각형배터리비중은 2015년 40%에서 올해 29%를 거쳐 내년 27%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고 연구원은 “전기차배터리시장에서 원통형 2차배터리의 수요가 늘고 있지만 삼성SDI가 단기적으로 각형배터리의 생산량에 큰 변화를 주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SDI는 각형배터리 등 중대형 전기차 배터리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이라고 내다봤다.
고 연구원은 삼성SDI의 전기차배터리사업의 영업가치를 하향조정하면서 목표주가도 기존 13만 원에서 11만 원으로 15% 낮춰 잡았다.
삼성SDI는 2017년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5조5650억 원, 영업손실 88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실적전망치보다 매출은 7% 늘지만 3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