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회가 이른바 내란 특검법안, 김건희 특검법안, 채상병 특검법안을 한꺼번에 의결했다.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통해 수 차례 가로막아왔던 법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재가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향후 몇 달 동안 세 특검이 '내란 종식'과 윤 전 대통령 부부 관련 의혹의 진상 규명에 경쟁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2024년 6월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9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현충탑을 참배한 뒤 추념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4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내란 특검법안(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수정안), 김건희 특검법안(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채상병 특검법안(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등 세 가지 특검법안을 의결했다.
세 특검법안은 각각 재석 198명 가운데 찬성 194명, 반대 3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세 특검법안은 윤 전 대통령뿐 아니라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의 한덕수 전 국무총리,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가 잇달아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함으로서 불발된 '역사'를 갖고 있다.
민주당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틀 만에 곧바로 특검법안들을 처리한 것은 특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탄핵으로 치러진 대선에서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특히 내란 특검법안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부터 12·3 비상계엄 진상 규명과 '내란 종식'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왔던 만큼 1순위 입법 과제로 꼽혀왔다.
이 대통령은 1일 울산 대선 유세에서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국가기관 곳곳에 숨어서 끊임없이 제3·제4의 내란을 획책하는 그들을 확실하게 찾아내서 확실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때부터 여러 차례 윤 전 대통령 부부 관련 특검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대통령 거부권 앞에서 번번히 좌절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국회 본회의를 과반 찬성으로 통과하면 이 대통령 공포와 준비 기간을 거쳐 특검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JTBC 유튜브 라이브 '장르만 여의도'에서 "거부권을 쓸 사람이 없다"며 "빠른 시간 내에 빠르게 해버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검이 출범하면 윤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한 동시다발적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두 차례 거부권 행사·폐기를 겪은 내란 특검법안은 내란 행위, 외환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범죄 의혹 11가지를 수사한다. 또 당초 원안엔 파견 검사 40명으로 수사 인력을 규정했지만 이날 60명으로 확대하는 수정안이 제출돼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건희 특검법안은 기존의 명태균 특검법안과 김건희 특검법안 등을 하나로 합친 것이다. 명태균·건진법사의 선거 개입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창원 산업단지 개입 의혹 등 총 15개 부문을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또 수사 과정에서 새 의혹을 인지하면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채상병 특검법안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원 사망사건의 사고 경위 및 정부 고위관계자의 수사 방해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추진됐다. 앞서 세 차례의 거부권 행사와 부결·폐기를 겪었다.
세 특검법안 모두 '특검 추천 권한'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각 1명씩 총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세 법안이 모두 공포되면 검사 수만 120명 이상의 초대형 특검팀이 '경쟁적으로' 수사를 펼치게 된다.
내란 특검법안은 최대 266명 규모(파견검사 60명)로 170일간, 김건희 특검법안은 205명 규모(파견검사 40명)로 170일간, 채 상병 특검법안은 105명 규모(파견검사 20명)로 140일간 수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를테면 내란 특검팀은 아직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외환유치 혐의, 정부 각 부처 고위공무원의 내란 가담 의혹, 윤 전 대통령의 제2계엄 획책 의혹, 윤 전 대통령의 내란 동기 등을 밝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에 성과가 있다면 윤 전 대통령은 재구속될 가능성이 높다.
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줄줄이 특검 포토라인에 설 뿐 아니라 윤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도 특검 수사의 칼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편 국민의힘은 법안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입법 독재' 프레임을 내세워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안을 단독으로 상정해 처리하면 대통령에 거부권을 건의하는 방식으로 입법을 저지해왔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이에 여론전 외에는 남은 카드가 사실상 없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3대 특검법안 처리를 시도하는 것을 두고 "과연 이것이 새 정부 1호 법안이어야만 했는가, 그런 안타까움이 든다"며 "민생과 거리가 먼 무더기 특검법이나 정치 보복적 검사징계법을 여당 복귀 기념 제1호 법안으로 추진하는 게 과연 새 정부의 출범과 성공에 도움이 될 것 같나"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