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5-05-28 17: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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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4월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9개월 만에 줄었지만 감소폭은 크지 않았다.
특히 4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여전히 역대 최대 수준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이자장사 비판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 4월 4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2022년 7월 이후 2번째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2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 평균은 1.413%포인트로 집계됐다.
3월 1.453%포인트에 이어 현재 기준의 관련 통계가 발표된 2022년 7월 이후 역대 2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4월 4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 평균이 지난해 7월 이후 9개월 만에 감소했다고 하지만 감소폭이 0.04%포인트에 그치며 3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이 1.51%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신한은행은 3월 예대금리차 1.51%포인트를 4월에도 그대로 유지했다. 신한은행은 3월에도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예대금리차가 가장 컸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이 각각 1.42%포인트와 1.37%포인트, 1.35%포인트로 뒤를 이었다. 이들의 예대금리차는 3월보다 각각 0.07%포인트와 0.06%포인트, 0.03%포인트 줄었다.
예대금리차는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를 말한다. 차이가 클수록 가계대출에서 높은 마진을 얻는다고 볼 수 있다.
실제 4대 금융지주는 예대금리차 확대에 따른 은행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1분기 5조 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순이익을 올렸다.
매월 말 은행연합회를 통한 예대금리차 공개는 시중은행의 이자장사를 막기 위해 윤석열정부에서 도입된 정책에 따른 것이다.
2022년 7월부터 발표가 시작됐는데 당시보다 예대금리차가 줄어든 곳은 4대 시중은행 가운데 한 곳도 없다.
예대금리차 공시제도가 시중은행의 이자장사를 막는다는 당초 목표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지금처럼 높은 수준의 예대금리차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7월부터 시작되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쉽사리 낮추지 못할 요인으로 꼽힌다.
스트레스DSR은 차주의 상환능력을 따질 때 가산금리(스트레스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7월부터 새 제도가 도입되는 만큼 6월까지 대출 수요가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크게 낮춘다면 대출 증가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
29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전망되는 점도 높은 수준의 예대금리차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현재 4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데는 지난해 10월 시작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도 한몫했다.
▲ 2022년 7월부터 2025년 4월까지 34개월 동안 4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 평균값 그래프. 2025년 3월이 1.453%포인트로 가장 높고 가장 최근인 2025년 4월이 1.413%로 뒤를 이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시중은행이 기준금리 인하기에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를 더욱 빠르게 내리며 예대금리차가 벌어진 것이다.
실제 4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 평균은 지난해 9월 0.655%포인트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진 10월 0.995%포인트로 0.34%포인트 뛰었고 그 다음 달인 11월 0.13%포인트가 오르며 1%포인트를 넘겼다.
한국은행이 29일 또 다시 기준금리를 0.25%를 내리면 예금금리에 인하 효과가 즉각 반영되는 반면 대출금리엔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예대금리차가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6월3일 대선을 통해 새 정부가 출범되는 점도 시중은행이 대출금리 인하를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새 정부가 출범하면 상생금융 등 이름만 다를 뿐 언제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은행권에 일정 수준 이상의 역할을 요구했다.
현재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역시 주요 금융공약에 소상공인 지원 강화를 넣는 등 은행권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이자장사 비판을 받으며 예상치 못한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이 큰 만큼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선제적으로 대출금리를 내릴 요인이 부족할 수 있는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도 올해 4대 금융지주의 주요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하락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연초만 해도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순이자마진이 크게 내릴 것으로 예상됐는데 오히려 1분기에는 예대금리차 확대 등으로 순이자마진이 직전 분기보다 개선됐다.
김인 BNK금융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2025년 상장 은행은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도 조달비용 재산정 효과 및 보통주자본(CET1)비율 상승을 위한 대출성장 축소에 따라 연간 순이자마진 하락폭이 0.03%포인트 내외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