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은 기자 parkde@businesspost.co.kr2025-04-25 14: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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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조선업계가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절반이 넘는 수주고를 기록하고 있지만, 지나친 LNG운반선 수주 전략이 향후 LNG 수요 하락과 공급 과잉 시기가 도래하면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삼성중공업의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모습. <삼성중공업>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조선업계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며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2028년 이후 LNG 운송 수요가 둔화되면 오히려 한국 조선 산업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LNG운반선 발주가 정점을 지나 공급 과잉, 해운 운임 급락, 중국 추격 등으로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조선업계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는 2023년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선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2025년 1분기까지 세계 LNG운반선 발주량의 52%에 해당하는 276척(약 713억 달러 규모)을 수주했다.
LNG운반선은 건조 단가가 높고, 고도의 기술력과 정밀 용접이 요구되는 선박이라 한국 조선사들이 높은 수주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LNG운반선 발주가 정점이 지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LNG운반선 중심 전략으로 수년간 호실적을 이어온 국내 조선 업계가 최근 들어 수주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LNG운반선 위주의 수주 전략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4년 9척의 LNG운반선 수주를 확정지었으나, 올해 4월까지 단 한 척의 LNG운반선(3853억 원 규모)만 수주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지난해 1분기에는 15척(약 5조)에 달하는 수주 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4월 1일 기준 4척(약 1조4천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수주 흐름이 둔화하는 가운데 향후 세계 LNG운반선 해운 시장의 위축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2024년 12월 발간한 ‘LNG 시장 및 LNG운반선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최근 수년간 LNG운반선 수주에 높은 의존도를 보여온 국내 조선업계는 향후 발주 감소에 대비해 수주 선종의 다각화를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LNG운반선 중심의 수주를 통해 안정적 일감을 확보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대형 컨테이너선이나 탱커 등 다른 선종 점유율은 점차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향후 5~6년간은 LNG운반선의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만큼, 발주 감소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선종에 대한 수주 역량 확보와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신용평가도 ‘2025 산업별 전망 분석’에서 “LNG운반선 인도량이 2025년까지는 80척 이상으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2028년부터는 40척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실제 공급 과잉 우려가 반영되면서 2025년 2월 기준 LNG운반선 일일 해운 운임(대서양 항로 기준)은 3500달러(약 501만 원)로,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90%나 급락한 수준이며, 태평양 항로 운임 역시 하루 약 1만1천 달러(약 1577만 원)로 80% 가까이 하락해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LNG운반선 신조선가도 떨어지고 있다.
2024년 3월 척당 2억6500만 달러(약 3811억 원)였던 LNG운반선 신조선가는 2025년 3월 2억5500만 달러(약 3667억 원)로 3.8% 감소했다.
운임이 줄면 발주도 줄고, 선가가 하락해 조선사 수익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 한국은 2024년 LNG운반선 68척을 수주하며 62%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중국도 41척(33%)을 수주하며 바짝 뒤를 쫓고 있다. 사진은 한화오션의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모습. <한화오션>
중국 조선 업계의 추격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이미 컨테이너선과 탱커 분야에서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LNG운반선 수주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4년 한국은 68척(62%)을 수주했지만, 중국도 41척(33%)을 확보하며 격차를 좁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LNG운반선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선종과 산업 영역으로 사업 다변화를 꾀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암모니아·수소 추진선 등 차세대 친환경 선박과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등 새로운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관계자는 “LNG운반선 수요는 2027년을 기점으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부가가치 선종의 범위를 넓히고 노후선 조기 폐기를 통한 시장 조정에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