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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하림그룹은 닭고기 가공 및 유통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데 AI가 장기화할 경우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업계에 따르면 11월 16일 AI 의심신고가 처음 접수된 이후 12월 19일까지 약 한달 동안 살처분된 가금류는 무려 1800만 마리에 육박한다. 1400만 마리가 살처분되며 최악으로 기록된 2014년의 피해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AI는 2014년보다 훨씬 강하고 전파속도도 빠르다”고 말했다.
닭고기 가공과 유통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하림그룹에 AI는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하림의 계란사업 중심지인 전남 나주에서는 최근 한달새 AI 바이러스가 4차례나 검출됐다. 나주시 산란계 사육 농가들이 지금부터 사태를 수습한다 해도 병아리가 닭으로 성장하려면 최소 6개월이 걸린다. 빨라야 내년 4~5월쯤에야 하림의 계란 유통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AI 바이러스 창궐 이후 닭고기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이 커지지면 닭고기 도매가는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마트 닭고기 매출은 12월 들어 15.4% 감소했다.
하림그룹의 사업부문은 해운 28%, 사료 23%, 양돈 15%, 유통 7% 등으로 다각화돼 있다. 쉽게 말해 해운(팬오션)을 제외한 주요사업에서 닭고기 관련 부분을 취급하고 있다는 얘기다.
계란 유통업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그동안 공을 들여온 숙원사업으로 하림은 올해 계란 유통업에 본격 진출했다. 고기로 쓰이는 닭(육용계)에 이어 계란을 낳는 닭(산란계)까지 수직계열화에 나선 것이다.
하림은 올해부터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에 달걀을 납품하기로 했다.
하지만 수직계열화를 구축하면서 각 계열사 손실이 전체그룹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하림그룹에서 유통부문인 하림의 경우 AI 영향으로 12월 둘째주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6% 감소했다. 소비자들의 닭고기 기피심리가 반영된 탓이다.
하림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라면서도 “AI가 더 확산되지 않고 이 사태가 하루속히 빨리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요사업인 사료부문도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매한가지다. AI가 급속도로 펴지면서 살처분되는 가금류가 증가할수록 그만큼 사료소비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하림 입장에서 이번 AI는 특히 더 야속할 수밖에 없다. 올해 2분기까지만 해도 지난해 대비 감소했던 매출이 3분기에 늘어났고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는데 예상치 못한 악재로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당초 4분기도 육계 시세가 지난해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1인당 닭 소비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하림이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림 관계자는 “2017년이 붉은닭의 해인 만큼 AI만 없었다면 연말 프로모션 등을 통해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번 악재로 내년 실적마저 장담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