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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천우 두산 부사장(맨 오른쪽)과 박서원 두산 유통전략 담당 전무(오른쪽 세번째) 등 면세점 관계자들이 지난 5월20일 서울 중구 두타면세점 앞에서 열린 부분개장 행사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
두산그룹이 야심차게 시작한 면세점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두타면세점이 서울 시내면세점 가운데 가장 저조한 실적을 내면서 박서원 두산 전무의 입지도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 박서원 실험 실패로 끝나나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두산그룹의 면세점사업을 진두지휘했던 이천우 부사장이 실적부진을 이유로 최근 회사에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두타면세점은 개점 첫해 실적에서 사실상 낙제점을 받아들었다.
5월 문을 연 두타면세점은 5개월 동안 매출 418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영업적자만 270억 원에 이르는 등 서울 시내면세점 가운데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두타면세점의 올해 매출은 당초 목표했던 5천억 원은커녕 많아야 1천억 원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흑자전환도 사실상 물건너 갔다.
박서원 전무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던 두타면세점의 새벽영업도 실패로 끝났다.
박 전무는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새벽 2시까지 문을 여는 파격적인 새벽영업을 도입했다. 심야에 중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유동인구 많은 동대문의 지리적 장점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도입한 지 반년 만에 이를 철회했다. 새벽영업이 실적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비용만 많이 드는 데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후발주자 장벽 높아, 박서원 입지 타격
박 전무는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이다.
박 전무는 두산그룹에 입사한 뒤 광고 계열사 오리콤에서 광고기획과 브랜드컨설팅을 담당하다 두산이 면세점사업에 진출하면서 두산에서 유통전략 담당 전무도 맡아왔다.
당초 박 전무에 대한 두산그룹 안팎의 기대는 매우 높았다.
박 전무가 광고계의 스타로 불렸던 만큼 다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두타면세점을 이끌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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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서원 두산 전무가 SNS에 올린 두산면세점 홍보 이미지. |
박 전무 역시 새벽영업을 도입하고 야간운영을 상징하는 부엉이 캐릭터와 함께 여성들이 좋아하는 분홍색을 전면에 내세우는 등 다른 면세점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박 전무는 두타면세점의 브랜드전략 총괄부터 광고와 홍보, 인테리어까지 꼼꼼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후발주자로서 규모의 경제라는 장벽을 넘기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면세점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후발주자들이 규모가 큰 선발주자가 보유한 제품구성력, 판촉능력, 원가경쟁력 등을 갖추기 쉽지 않다.
두타면세점은 초반부터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 3대 명품 브랜드의 유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아직 유치하지 못했다.
더욱 큰 문제는 앞으로 특허권을 따낸 서울 시내면세점들이 추가로 문을 열게 되면 서울에만 시내면세점이 9곳에서 13곳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점이다.
면세점시장이 커질수록 두타면세점 같은 후발주자들은 더욱 시장에 안착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신규 면세점사업자들이 진출하면서 전체 면세점시장은 커졌지만 그 수혜는 롯데면세점 등 기존의 강자들이 차지했다.
두산그룹의 면세점사업이 예상보다 난항을 겪으면서 박 전무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박 전무는 국내 재벌가 오너 후계자들과 달리 경영수업을 거치지 않고 ‘광고인 박서원’으로서 독자행보를 걷다 뒤늦게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박 전무에게 두타면세점의 성공 여부는 그룹에서 입지를 다지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재계는 봤다. 면세점사업이 광고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박 전무의 경영능력을 검증받는 첫 시험대였던 셈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박 전무가 뒤늦게 그룹 경영에 참여한 만큼 그룹에서 입지를 다지려면 면세점사업을 궤도에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직 초반인 만큼 성패를 말하기 이르지만 앞으로 면세점사업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