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율주행 시스템반도체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가시화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인텔, 퀄컴 등 글로벌 경쟁사들보다 진출이 늦고 반도체 설계능력과 투자규모도 크게 뒤처져성과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하만 인수와 테슬라 등과 협력을 통해 기술력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기술력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에 또 나설 가능성도 있다.
◆ 자율주행 반도체 개발 쉽지 않아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미국 전기차기업 테슬라모터스에 자율주행 반도체를 설계하고 위탁생산해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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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독일 아우디와 자동차용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를 공동개발해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는데 대형 고객사 확보에 연이은 성과를 내고 있다.
자율주행 반도체는 대량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고 안전문제와도 직결되는 만큼 기술적 요구조건이 까다롭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기술력을 완성차업체들에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자율주행 반도체 개발에 뛰어든 엔비디아와 인텔, 퀄컴 등 기업들이 기술력에서 대폭 앞서나가고 있는데다 투자규모도 삼성전자보다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10년 전부터 자율주행 반도체 연구개발에 나섰으며 이미 테슬라모터스 등 주요업체에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인텔 역시 수년 전부터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들어갔다.
인텔은 최근 인공지능 반도체기업 알테라를 20조 원에, 퀄컴은 자동차반도체 1위 기업 NXP반도체를 54조 원에 인수하며 자율주행 반도체 개발을 목표로 공격적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 업체의 자율주행 반도체는 이미 시제품이 공개됐고 기술시연 단계에도 들어갔다. 구글 등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주목하는 글로벌 IT기업도 대부분 반도체기업과 기술협력을 맺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후발주자로 진입해 독자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자율주행 반도체가 실제로 시장에 출시되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경쟁업체에 시장선점 효과를 빼앗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율주행 반도체는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과제”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 인수합병으로 경쟁력 확보할까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계능력은 이전부터 시스템반도체 전문기업과 경쟁하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에서 선두업체로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본격적인 개발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아 성과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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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슬라모터스의 자동차에 적용된 자율주행기술. |
삼성전자 반도체 전체실적에서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는 매출비중도 7%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미세공정 기술개발에서 TSMC 등 경쟁사에 앞서나가 고객사를 계속 확대하고 자체 프로세서의 기술력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전망이 밝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시스템반도체 출하량이 4억5700만 개로 지난해보다 43%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 아이폰7의 프로세서 수주를 놓쳤지만 이를 만회하고 남는 성과를 내는 셈이다.
이런 성장세를 이어가며 테슬라와 하만 등 협력업체의 기술을 적극 받아들여 활용할 경우 자율주행 반도체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최근 9조 원 이상의 거액에 인수를 합의한 하만은 인포테인먼트와 자율주행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기술을 적용할 경우 반도체 개발을 앞당길 수도 있다.
테슬라가 삼성전자에 반도체 설계를 맡겼지만 자체적인 자율주행 기술개발에도 주력하는 만큼 삼성전자와 기술협력을 더욱 강화해 전용 반도체 확보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며 추가적인 대규모 인수합병을 위해 현금보유량을 일정 수준 유지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자율주행 관련업체를 추가로 인수할 가능성이 열려있는 셈이다.
블랙베리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QNX 등이 삼성전자나 애플의 인수합병 물망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장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삼성전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완전한 자율주행기술 확보일 수밖에 없다”며 “이를 위해 반도체사업을 중심으로 강력한 성장전략에 시동을 걸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