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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LG그룹 회장 |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항상 ‘1등 LG’를 강조한다. 하지만 LG에 ‘만년 2등’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이 꼬리표의 진원지는 전자 및 전기 계열사의 부진이다. 전자 및 전기 계열사들은 LG그룹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런데도 삼성그룹 계열사에 밀려 2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나마 화학 계열사들이 업계 1위를 차지하면서 LG그룹의 수익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LG그룹의 화학 계열사들은 그룹 매출비중이 20% 초반대로 전자 및 전기 계열사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화학 계열사들은 그룹의 영업이익 비중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전자 및 전기 계열사가 그룹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네 배 수준이다.
만년 2등 꼬리표를 더 추적해 들어가면 그 뿌리는 LG전자다. LG전자의 상징성은 크다.
LG전자는 단일제품으로 가장 큰 글로벌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스마트폰사업을 한다. 또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 전기전자 부품 계열사들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으면서 이들 계열사의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LG전자가 만년 2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LG그룹은 만년 2등이라는 꼬리표를 떼기가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LG전자의 삼성전자 따라잡기가 결코 쉬워 보이지 않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초일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경쟁이 격심해져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때문에 구본무 회장은 ‘1등 LG’에서 ‘신사업 1등’으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1등 LG’가 공허하게 들렸다면 ‘신사업 1등’은 조금씩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LG그룹 전기전자 부품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1등 기업에 오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그룹의 부품 계열사들이 1등 삼성전자에 의존해 안주한 반면, LG그룹의 부품 계열사들은 LG전자가 부진하자 제각각 살 길을 찾아나서면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 구본무 ‘1등 LG’에서 ‘신사업 1등’으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매년 신년사에서 ‘1등 LG’를 강조해 왔다.
그는 2004년 신년사에서 “지난 몇 년간 우리는 1등을 향해 열심히 노력해 왔고 몇몇 사업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2008년 신년사에서도 “구성원의 지혜와 열정이 어우러질 때 1등 LG는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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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LG그룹 회장 |
하지만 구 회장의 1등 LG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초일류기업 삼성’에 비하면 날카로운 맛이 없다는 평가를 들었다. 구 회장은 1등 LG라는 꿈을 꿨지만 이를 현실화할 구체적 방향성이나 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이 회장은 추월해야 할 대상으로 소니와 노키아를 거론했다. 그러면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총력을 다해 이들 기업 따라잡기에 나섰다. 그리고 성과를 냈다.
삼성전자가 2011년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을 따라잡아 고무됐을 때다. 이 때도 이 회장은 “자만하지 말고 더 확고한 우위를 점하라”며 “스마트폰과 카메라분야에서 경쟁사를 어떻게 이길지 고민하라”고 주문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2011년 19%대로 애플과 엇비슷했지만 현재 25%대까지 올라섰다. 애플과 격차도 10% 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구본무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1등 LG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런데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 신사업에서 1등을 하자는 전과 다른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그는 지난 1월 새해 인사모임에서 “이 정도 만들면 잘 팔릴 거란 생각은 버려라”며 “신사업은 1등을 하겠다는 목표로 철저하게 키워나가자”고 말했다. 구 회장은 또 “우리는 어떤지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며 “선도기업과 격차를 크게 좁히지 못했고 후발 주자들은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구 회장의 1등 LG가 공허하게 들렸다면 이제 방향성이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 ’2등 LG’ 반면교사 삼아 ‘1등 신사업’으로
구 회장이 1등 LG에서 1등 신사업으로 화두를 전환한 배경은 무엇일까?
스마트폰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만년 2등의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하고 있는 LG전자에 대한 자기반성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에 앞서 스마트폰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성장해 LG전자가 넘볼 수 없는 경쟁상대가 돼 버렸다.
2등 LG전자가 1등 삼성전자를 따라잡을 가능성은 당분간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구 회장의 신사업 1등은 LG전자가 아닌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 부품계열사에서 현실로 구현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상반기 매출 11조5667억 원으로 삼성디스플레이(12조3644억 원)에 다소 못 미친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574억 원으로 삼성디스플레이(744억 원) 영업이익의 3배가 넘는다.
LG이노텍도 경쟁사인 삼성전기보다 매출에서 다소 뒤쳐지지만 더 많은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 상반기 LG이노텍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17억 원, 1530억 원이었다. 삼성전기의 매출은 3조5894억 원으로 LG이노텍을 앞섰지만 영업이익은 363억 원으로 LG이노텍 영업이익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1등 삼성’의 부품 계열사들이 ‘만년 2등’ LG그룹의 부품 계열사들에 비해 경쟁력이 뒤쳐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그룹의 부품 계열사들이 삼성전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점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그룹 부품 계열사들은 생산량의 60% 이상을 삼성전자에 납품한다.
반면 ‘2등 LG’의 부품 계열사들은 LG전자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시장을 적극 개척하면서 업계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뿐 아니라 샤오미에도 액정화면 패널을 공급하면서 LG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LG이노션도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고 있으며 스마트카시장 성장에 발맞춰 차량 부품사업 키우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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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오른쪽) LG그룹 회장이 2005년 9월 LG필립스 LCD파주공장 현장에서 구본준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부터 파주공장 건설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있다. |
◆ G3는 LG전자 스마트폰의 대전환을 이뤄낼까
LG전자에서 스마트폰사업이 지닌 상징성은 매우 크다. 스마트폰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13조 원이었다. LG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9%에 이를 정도로 높다.
매출 규모도 상당하지만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 부품 계열사들도 LG전자의 스마트폰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살아야 LG가 산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LG그룹이 만년 2등의 꼬리표를 떼내기 위해서 역시 스마트폰사업에서 반전을 이뤄내야 한다. 그나마 LG전자가 G3의 돌풍으로 스마트폰시장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LG전자가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쳐져 긴 암흑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LG전자의 스마트폰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부는 1분기 적자폭을 줄였고 2분기 들어 G3의 선전으로 859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4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IM(IT모바일)사업부는 중국 스마트폰회사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올 2분기 영업이익이 4조42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6%나 줄었다.
LG전자 전략 스마트폰 G3의 돌풍은 LG전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반전에 성공했지만 삼성전자의 벽을 넘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분기 스마트폰시장의 변화가 일시적일지 고착화될지 지켜봐야 한다”며 “과거 삼성전자가 옴니아2로 온갖 혹평을 받으면서도 갤럭시S 시리즈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반전했듯이 삼성의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거센 중국 스마트폰 돌풍이 삼성전자보다 LG전자에 더욱 위협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의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순위에 따르면 LG전자는 4.9%의 시장점유율로 6위에 올랐다. 3~5위에 오른 화웨이(6.8%), 레노버(5.4%), 샤오미(5.1%)와 치열한 3위권 경쟁을 하고 있다.
1위 삼성전자(25.2%)와 2위 애플(11.9%)은 지난해 2분기보다 시장점유율이 각각 7.4%포인트, 1.5%포인트씩 감소했지만 애초 3위권 기업들과 시장점유율 격차를 벌여놓은 덕분에 시장점유율 순위는 지켰다.
반면 LG전자는 시장점유율이 0.3%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지만 샤오미에게 5위 자리를 내주고 6위로 내려앉았다. 중국 스마트폰회사들의 약진은 그들과 직접 경쟁하고 있는 LG전자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G3의 향후 중국 판매가 LG전자 스마트폰사업의 일대 전환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며 “앞으로 아이폰6 와 갤럭시노트4가 출시되고 중국회사들의 중국 내 탄탄한 입지 등을 고려하면 LG전자 스마트폰사업을 둘러싼 환경은 만만치 않은 것이 냉정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 ‘가전의 LG’ 명성을 되찾을 수 있나
LG전자는 올해 2분기에 매출 15조3746억 원, 영업이익 6062억 원을 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0.9%, 26.5%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한 삼성전자와 대조적이다.
그러나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를 비교해보면 LG전자는 1등 삼성전자에 턱없이 떨어진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매출 52조3500억 원, 영업이익은 7조1900억 원을 냈다. LG전자와 비교해 매출은 3배 이상, 영업이익은 12배 가까이 많다.
LG전자는 한 때 ‘가전의 LG’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가전부문에서도 삼성전자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LG전자의 HE(TV), HA(냉장고 및 세탁기), AE(에어컨) 등 3개 사업부의 2분기 매출은 9조7564억 원이었다. 반면 삼성전자의 소비자가전 매출은 13조 원 가량이었다. 두 회사 매출 차이가 올 1분기 2조 원 가량에서 2분기 들어 3조 원으로 더 벌어진 것이다.
두 회사 모두 ‘2015년 글로벌 가전 1위’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LG전자에 주도권을 쉽사리 내주지 않으려고 한다.
지난달 말 미국 시장조사기관 J.D.파워가 발표한 ‘2014 HD TV•세탁기•주방기기 소비자 만족도 평가’를 보면 삼성전자 제품은 6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반면 LG전자 제품은 3개 부문 1위 수상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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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왼쪽) 삼성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11년 1월 서울 여의도KT빌딩에서 열린 수출투자고용확대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
◆ 선발주자 LG전자는 어떻게 삼성전자에 1등을 빼앗겼나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먼저 전자사업에 뛰어들었다. LG전자(당시 금성사)는 1958년 설립된 반면 삼성전자(당시 삼성산요전기)는 그보다 11년이 지난 1969년에 설립됐다.
삼성전자가 출범할 당시 LG전자는 독자 기술로 라디오와 흑백TV 등을 생산하며 한국 전자사업의 기틀을 다진 국민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있었다. 반면 삼성전자는 일본 전자회사 산요전기와 합작사 형태로 출범했고 과거 사카린 밀수사건의 여파 등이 겹치면서 곱지않은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LG전자가 선발주자라는 이점을 누렸던 것과 달리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에게 성장을 향한 집념만이 가득했다.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은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를 출범시켰다. 또 1983년 최측근의 만류에도 분류하고 반도체사업에 뛰어들었다.
이건희 회장이 1987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삼성전자는 더욱 독해졌다. 이건희 회장은 당시 “금성사와 아예 비교도 하지마라”며 “삼성전자는 소니나 인텔과 경쟁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을 다그쳤다.
삼성전자는 2007년 글로벌 TV시장에서 소니를 추월하고 1위에 올라섰다. 2012년 글로벌 휴대폰회사 1위 노키아를 따라잡았다.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내놓으며 스마트폰시대를 열자 삼성전자는 3년 뒤인 2010년 갤럭시S를 선보였다. 국내 최초의 스마트폰이었다. LG전자도 몇 달 뒤 스마트폰 옵티머스원을 출시했지만 갤럭시S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LG전자가 스마트폰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배경에 백색가전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는 사이 생겨난 안일함이 자리잡고 있다. 또 피쳐폰의 성과에 스마트폰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것도 결정적 패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