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자체개발한 새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발생한 수요를 대거 확보하며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구글이 운영체제 경쟁력으로 확보한 장점을 스마트폰시장의 점유율 확대로 연결하기 위해 스마트폰업체를 다시 인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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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다 피차이 구글 CEO. |
4일 외신을 종합하면 구글이 기존에 출시하던 ‘넥서스’ 시리즈 스마트폰을 픽셀로 대체한 뒤 시장에서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픽셀과 픽셀XL의 올해 판매량이 3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 선두업체에 크게 밀리지만 LG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맞먹는 수준이다.
내년부터 구글이 픽셀 라인업을 태블릿과 노트북 등으로 확대하며 인지도를 쌓고 출시국가를 확대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확대에 나서면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뒤 2년 만에 중국 레노버에 매각하며 자체 스마트폰사업을 포기했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경쟁력이 점점 높아지며 자체 하드웨어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분석된다.
구글은 넥서스 시리즈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 화웨이 등 주요업체에 위탁생산을 맡겨왔지만 픽셀 스마트폰의 개발과 생산은 대만 HTC와 협업하며 하드웨어분야에 깊이 관여했다.
넥서스 시리즈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새 버전이 나올 때 맞춰 출시되는 모델로 운영체제를 홍보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픽셀 시리즈의 경우 자체기능이 강해져 실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글은 픽셀 시리즈에 자체개발한 새 인공지능 음성인식 서비스를 탑재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업체에 제공하지 않은 기술을 독자적으로 탑재해 차별화를 노린 셈이다.
애플을 제외한 글로벌 스마트폰업체는 구글 안드로이드에 의존하고 있다. 구글이 제조사에 제공하는 기능을 제한할 경우 운영체제의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다.
구글이 앱 등 콘텐츠 수익을 확보하려면 글로벌 제조사를 통해 점유율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이른 시일 안에 이런 극단적 전략을 쓸 이유는 적지만 가능성은 열려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 주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업체는 이미 이런 가능성에 대비해 자체 운영체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물론 구글이 하드웨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삼성전자 등 업체에 맞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구글이 장기적으로 애플처럼 운영체제 경쟁력과 하드웨어를 앞세워 스마트폰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에 나서면서 적극적으로 스마트폰사업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이 삼성전자와 애플, 그리고 중국업체로 재편되고 있어 위기를 맞고있는 스마트폰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인수합병 후보기업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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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픽셀 스마트폰에 적용된 음성기반 인터페이스. |
구글과 픽셀을 공동개발해 생산한 HTC는 스마트폰시장 초기에 상위업체에 속했지만 경쟁력을 잃으며 PC용 가상현실기기 ‘바이브’의 흥행을 계기로 대규모 체질개선을 꾀하고 있다.
레노버도 글로벌 PC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구글과 협력해 증강현실 스마트폰 ‘팹2’를 내놓기도 했지만 스마트폰사업에서 경쟁력 확보에 고전하고 있다.
구글이 이런 협력관계를 더욱 확대하거나 이를 기반으로 이 업체들의 스마트폰부문을 인수할 경우 픽셀 스마트폰은 더욱 전망이 밝다고 할 수 있다.
구글이 LG전자의 스마트폰사업을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LG전자 주가가 급등하는 해프닝도 일어나기도 했는데 그만큼 구글의 인수합병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시장은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중국 경제지 마이드라이버스는 “HTC가 이르면 내년 초 스마트폰사업을 매각하기 위해 인수자를 찾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며 “현재로서는 구글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보도했다.
전자전문매체 안드로이드가이스는 “구글 안드로이드의 위상은 이전에 모토로라를 포기했을 때와 확실히 다르다”며 “HTC 등 기술력을 갖췄지만 경쟁력 확보에 고전하는 스마트폰업체를 인수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