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은 허창수 회장을 이을 그룹회장 승계원칙을 어떻게 세울까?
허창수 회장이 그룹회장을 13년째 맡고 있는데 GS그룹은 아직 사촌경영이나 장자승계 등 그룹회장 승계원칙이 정립되지 않고 있다.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이 이번 정기인사에서 회장에 오르면서 GS그룹에 그룹회장 승계원칙이 어떻게 세워질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허창수 회장 다음으로 GS그룹의 지주사 GS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도 GSEPS 대표이사에 선임돼 그룹회장 수업을 받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 허용수, 계열사 대표이사 맡아
30일 재계와 GS그룹에 따르면 GS그룹이 연말인사를 통해 그룹회장의 후계구도를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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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용수 GSEPS 신임 대표이사. |
허창수 회장이 현재 계열사들의 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GS그룹의 회장을 맡고 있다. 2004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될 당시 GS그룹 회장으로 추대된 뒤 12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허창수 회장의 뒤를 이어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이 그룹회장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왔다. 허용수 부사장은 허창수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허용수 부사장은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의 지분을 4.47% 보유하고 있는데 1대주주인 허창수 회장(4.75%)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허용수 부사장의 아들인 허석홍군(0.9%)과 허정홍군(0.36%)이 보유한 GS 지분까지 합하면 허창수 회장의 지분을 앞선다.
허용수 부사장은 지난해 GS그룹 오너가 3세 가운데 유일하게 GS 지분을 늘리기도 했다.
허용수 부사장은 2007년 GS홀딩스에 상무로 입사한 뒤 2010년 전무, 2012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초고속으로 승진하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특히 지난해 GS칼텍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GS에너지의 에너지자원사업본부장을 맡으며 위상을 높였다.
하지만 허용수 부사장이 오너가 3세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다는 점이 그룹회장의 바통을 바로 이어받는데 약점이 되고 있다.
허용수 부사장은 1968년생으로 아직 40대라 67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GS그룹의 회장을 맡으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허용수 부사장은 이번 정기인사에서 GSEPS 대표이사에 선임되며 계열사의 경영을 전적으로 책임지게 됐다. 그룹 관계자들은 허 부사장이 그룹총수에 오르기까지 당분간 경영수업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허진수, 허창수 바통 이어받나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회장에 올랐다. 2012년 GS칼텍스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5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허진수 회장의 승진을 허창수 그룹회장의 뒤를 잇기 위한 수순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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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수 GS칼텍스 신임 회장. |
허진수 회장의 사촌동생인 허용수 부사장이 아직 나이가 어린 점을 감안해 친형인 허창수 회장으로부터 그룹회장을 물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허진수 회장은 1953년생으로 올해 만 63세다. 대기업 총수를 맡기에 충분한 나이다.
허진수 회장은 GS그룹에서 입지도 비교적 탄탄하다. 1986년 GS칼텍스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한 뒤 30년 넘게 GS칼텍스에만 근무한 정통 석유화학맨으로 꼽힌다.
해외법인에 근무한 경력이 있을 뿐 아니라 생산본부, 석유화학본부, 경영지원본부, 정유영업본부 등 GS칼텍스의 거의 모든 부서를 경험해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GS칼텍스가 GS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큰 점도 허진수 회장이 차기 그룹회장에 오르는데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매출 28조3392억 원, 영업이익 11조3055억 원을 기록했다. GS칼텍스의 매출이 GS그룹 계열사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70%에 이른다.
그룹회장 후보인 허용수 부사장이 사장과 부회장, 회장으로 승진하려면 시간이 적어도 10년가량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허진수 회장이 허창수 회장에 이어 그룹회장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허진수 회장은 2006년 GS칼텍스 사장이 된 뒤 10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했다.
허진수 회장의 승진으로 GS칼텍스 회장은 2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허진수 회장의 사촌형인 허동수 회장이 현재 대외활동에만 전념하고 있어 허진수 회장이 경영전반을 모두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허진수 회장은 허동수 회장으로부터 올해 초에 GS칼텍스의 이사회 의장도 물려받았다.
◆ GS그룹 승계원칙 어떻게 세워질까
GS그룹은 2004년 허창수 회장체제를 구축한 뒤 현재까지 경영권을 놓고 별다른 잡음이 없다.
허창수 회장을 비롯해 GS그룹 오너가 3세인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 등 11명의 형제와 사촌들이 각자 그룹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독자경영을 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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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창수 GS그룹 회장. |
하지만 GS그룹 회장을 사촌이 돌아가면서 맡는 방식으로 승계가 이어질지 아니면 장자승계 방식으로 이어질지 원칙이 세워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 허진수 회장의 승진을 계기로 승게원칙을 세우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GS그룹 오너가 3세와 4세들이 지주사 GS의 지분을 골고루 나눠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승계원칙이 분명하지 않을 경우 분란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허창수 회장을 비롯해 허진수 회장, 허용수 부사장 등 3세뿐 아니라 허준홍 GS칼텍스 전무,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 허윤홍 GS건설 전무 등 4세까지 포함한 허씨일가 40여명이 보유한 GS 지분은 모두 46.32%다.
허씨일가들은 GS의 지분을 적게는 1%대에서 많게는 4%대까지 나눠 보유하고 있는데 지분차이가 크지 않다. 이런 지배구조가 사이좋은 경영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하지만 조금이라도 틈새가 벌어질 경우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질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향후 경영권을 두고 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GS그룹이 경영권 승계에 대한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장자승계 원칙을 지키고 있다. 구본무 회장은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2004년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으로부터 구광모 LG 상무를 양자로 데려오기도 했다.
두산그룹은 사촌끼리 그룹회장을 돌아가서면서 맡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두산그룹은 박승직 창업주와 박두병 회장을 거쳐 오너가 3세인 박용곤, 박용오, 박용성, 박용현, 박용만 회장으로 이어지는 공동경영체제를 구축해왔다.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은 올해 3월 조카인 박정원 당시 두산건설 회장에게 그룹의 회장직을 넘겨 4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