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현금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을 대폭 강화하기로 해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제안을 대부분 수용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확보를 위해 삼성그룹 지주사체제 전환과정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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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전자는 29일 이사회를 열고 향후 주주환원정책 강화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잉여현금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며 내년 현금배당규모를 4조 원으로 30% 높이고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등 추가적인 부양정책을 내놓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하게 되면 사업회사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검토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는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난 10월 공식적으로 제안한 내용을 대부분 받아들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전자의 지분 0.6% 정도를 보유하고 외국인주주들의 의견을 주도한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당시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삼성물산에 합병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지배구조개편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해석됐다. 이와 함께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당시 추가로 사외이사 3인의 신규선임과 30조 원 규모의 특별배당도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글로벌 기업 출신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해 이사회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발표해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요구를 일정 정도 수용했다.
다만 배당에 활용되는 현금규모는 엘리엇매니지먼트 요구에 미치지 못한다. 삼성전자는 “시설투자와 인수합병 등 급격한 시장변화에 대응하려면 65~70조 원 정도의 순현금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등은 “삼성전자의 이번 주주가치 제고방안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며 “상식적인 정도에서 배당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외국인주주들이 만족할 것인지 미지수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는 주주의 요구에 적극 응답하겠다는 의지만 밝혔을 뿐 실제 적극적인 정책은 내놓지 않았다”며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만족하지 못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자전문매체 엔가젯은 삼성전자가 한층 강화된 주주친화정책을 내놓았지만 애플이 처한 상황과 같이 잉여현금을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요구에 계속 직면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자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지주회사 전환과 나스닥 상장도 주주가치를 최적화할 수 있는 측면에서 검토하겠다”고 여지를 열어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