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삼성그룹의 위기를 삼성전자 인적분할 등 지배구조개편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할까?
삼성전자가 29일 열기로 한 이사회에서 인적분할과 주주친화정책 등이 안건으로 다뤄질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사회에 이재용 부회장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는 28일 삼성전자에게 인적분할 추진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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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11월 말까지 향후 주주환원정책의 방향성을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이사회에서 이 계획을 의결할 가능성이 높다. 주목되는 대목은 인적분할도 포함될지 여부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10월 삼성그룹에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체제 전환과 함께 30조 원 규모의 특별배당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은 지주사체제 전환의 첫걸음이다. 삼성전자가 지주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할하게 되면 삼성물산과 합병을 통해 지주사체제로 나아갈 수 있게 되고 이 부회장은 지주사를 통해 삼성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가 이사회에서 인적분할을 다룰 경우 박근혜 게이트로 삼성그룹이 곤궁한 처지에 몰렸는데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정면돌파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찬성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그룹 사이의 거래로 의심하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개편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을 것라는 분석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외국계 주주들이 인적분할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국회에서 경제민주화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삼성전자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을 공산이 크다.
최근 국회에 발의된 경제민주화법안은 인적분할 뒤 지주부문의 자사주 의결권 부활을 제한하거나 사업부문의 신주를 배정받지 못하게 하는 등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정면으로 겨냥하는 내용들이 많다.
문제는 여론과 주주들의 향배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찬성을 이끌어 내는 대가로 최순실씨에게 거액을 지원한 것으로 검찰수사와 특검수사에서 밝혀질 경우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을 놓고도 도덕성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이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확보를 위한 지주사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한다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그 첫단추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합병부터 ‘불법’이라는 딱지가 붙게 되면 삼성전자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체제 전환작업도 불법 위에서 진행되는 것이라는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된다.
자연스럽게 여론도 삼성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주주들도 등을 돌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이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은 오너일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며 “삼성전자 주가에 긍정적이지만 최근 삼성물산 합병논란 또는 정치적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공식화한다면 검찰수사 또는 특검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는 과정에서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해 대국민사과나 사회환원 등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