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회사들이 새 거래시스템인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블록체인이 기존 금융거래 시스템보다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데다 보안성도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 금융회사, 블록체인 도입 추진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블록체인협의회를 만들고 올해 안에 각 금융협회를 중심으로 블록체인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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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 |
은행 16곳이 30일 블록체인컨소시엄을 꾸리는 데 이어 금융투자업계도 20여 곳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만들어 기술파트너들과 협약을 체결한다.
블록체인은 금융회사의 기존 중앙서버를 통한 금융거래시스템을 대체할 차세대 시스템으로 꼽힌다. 새로운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거래참여자들이 개별적으로 지니고 있는 온라인 거래장부에 ‘블록’이 만들어지고 이 내용을 ‘체인’처럼 연결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블록체인은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는 내년까지 전 세계의 은행 80%가 블록체인을 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은행 40여 곳은 ‘R3CEV’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융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시험하고 있다. 이 컨소시엄에는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도 참여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인증시스템을 국내에서 업계 최초로 상용화했는데 KB국민카드 등도 관련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블록체인이 전통적인 수익 모델을 바꿀 것으로 예상하고 새 기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블록체인을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꼽았다.
임 위원장은 “디지털통화, 블록체인 등 국제적으로 관심이 높은 새로운 기술과 금융서비스의 융합을 선도해 나가겠다”며 “미래 금융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는 블록체인 연구를 통해 새로운 발전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회사들이 블록체인에 주목하는 까닭
금융회사들은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거래정보 관리와 보안대책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그동안 결제정보를 한 곳으로 모으고 거래내역을 검증한 뒤 보관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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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뉴욕에서 열린 블록체인 컨퍼런스 '인사이드 핀테크 컨퍼런스 & 엑스포' 전경.<킨텍스> |
한수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블록체인은 다양한 거래와 계약 등에서 제3자의 중개와 보증없이도 거래의 확실성과 안정성, 이중거래 차단 등을 보장할 수 있다”며 “블록체인을 활용할 경우 거래에 필요한 절차와 비용이 간소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CEV는 블록체인을 통해 해외송금 수수료를 지금의 10%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안성이 기존 시스템보다 뛰어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지금처럼 모든 거래정보가 한 곳에 집중되는 시스템에서는 해킹이나 바이러스 등을 통해 중앙결제 시스템이 마비되면 전체 거래가 정지되거나 거래내역이 조작될 가능성이 높다.
블록체인의 경우 거래가 중앙전산망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일부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미미하고 각 거래참여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블록’끼리 비교해 조작된 내역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금융권에 블록체인이 완전히 적용되기 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수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실효성과 편의성을 고려한 최적의 운영 조건들을 만들어가는 작업은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기술의 안정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초기 생태계를 효과적으로 만들어갈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래정보가 분산되기 때문에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데다 블록체인과 관련된 법 개정도 이뤄져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