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애플에 적대적이던 태도를 바꿔 미국에 생산공장을 설립하도록 세금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등 우호적인 정책변화를 예고했다.
애플이 트럼프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실질적 지원으로 수혜를 입을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업체들의 미국 공략이 어려워질 수 있다.
|
|
|
▲ 팀 쿡 애플 CEO. |
경제전문지 포천은 24일 “트럼프는 당선 뒤 여러 분야에서 기존에 내세웠던 공약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애플이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은 굳건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미국 이민자 추방과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폐지,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 등 선거유세 당시 내걸었던 극단적인 공약들을 대폭 선회하거나 축소하는 등 강경한 태도에서 한발 물러서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경제제재를 통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내수경제를 활성화겠다는 정책 방향성에는 큰 변화가 없다. 애플의 아이폰 생산공장을 미국으로 옮기겠다는 계획도 포함된다.
트럼프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아이폰에 최대 45%의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는 공약으로 애플을 직접 겨냥하며 아이폰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적대적인 관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당선 뒤 이런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강경한 대응보다 세금감면 등 실질적 혜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회유에 나서며 애플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팀 쿡 애플 CEO와 최근 통화에서 미국 생산공장 설립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대답을 받았다”며 “대규모 세금감면과 규제완화 정책으로 애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이 올해 중국 생산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인건비 등 부담이 높아 베트남 등 주변 아시아국가로 대신 이전하며 트럼프 정부의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애플이 베트남 등 다른 국가가 아닌 미국에 생산공장을 짓는다면 내겐 큰 업적이 될 것”이라며 “애플의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선택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팀 쿡은 트럼프 당선 뒤 모든 임직원에 메일을 보내 “위기가 닥친 상황에도 시장변화에 꾸준히 대응하며 애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생산공장 설립에 실질적 혜택이 주어진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공산이 크다.
애플이 트럼프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이어갈 경우 미국 매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스마트폰업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이 정부차원에서 애플에 직접적으로 혜택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상대적으로 해외 스마트폰업체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을 펼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
|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
트럼프는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삼성전자의 주요 스마트폰 생산국인 베트남이 영향을 받게 된다.
전자전문매체 안드로이드헤드라인은 “삼성전자는 비용절감을 위해 중국과 베트남의 스마트폰 생산비중을 크게 높였는데 트럼프 정부가 관세를 높이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 매출에서 실질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이 점차 감소하는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 이를 의식해 스마트폰에 직접적인 관세를 매길 가능성도 나온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IT기기 수입품 관세인상 계획이 현실화되면 가장 우려되는 품목은 스마트폰”이라며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모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에서 실제로 높은 관세가 현실화될 지 상황을 더 지켜본 뒤 장기적으로 미국에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생산공장 설립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애플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모두 트럼프의 정책변화로 큰 영향을 받는 만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며 “부품공급업체를 포함한 세계 전자업계에 대규모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