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전장부품 겸 오디오업체 하만을 80억 달러의 거액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지만 미국정부의 승인을 받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정부가 미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무역주의와 독점금지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에 오른 뒤 이런 추세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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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
블룸버그는 15일 “트럼프가 대통령에 오른 뒤 기업들의 인수합병이 크게 어려워질 수 있다”며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대형 인수합병에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에 AT&T와 타임워너를 포함한 IT기업들의 인수합병을 놓고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혔다. 단일기업의 독점체제가 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경계했다.
이 때문에 미국 반도체기업 등의 인수합병을 꾸준히 노리고 있는 중국기업들도 트럼프 정부에서 인수합병을 통한 기술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업체들이 미국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기술을 협력하기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트럼프가 중국업체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미국시장 진출도 경계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삼성전자의 미국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트럼프가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이 멕시코공장에서 가전을 생산해 미국에 판매하는 삼성전자를 직접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월풀 등 현지기업을 제치고 미국 생활가전시장에서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미국 입장에서 견제할 만한 상대가 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하만 주주들과 주요 정부기관의 승인을 거쳐 내년 3분기까지 하만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승인이 일찍 이뤄질 경우 일정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가격은 합리적인 수준으로 평가되는 만큼 주주들이 반대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된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을 가능성을 놓고는 불확실성이 커진다.
하만의 주력사업분야는 자동차 전장부품으로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차량용 오디오에서 세계 1~2위권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프리미엄 오디오 시장에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전장부품시장에서 갖춘 영향력이 미미한 만큼 하만 인수가 독점금지규제에 부딪혀 미국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미국정부의 독점금지규제는 다양한 요소를 놓고 검토하는 만큼 확실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아 트럼프 정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변화할지 알 수 없다. 전장부품사업은 아직 인수합병과 관련된 뚜렷한 판례도 없고 독점을 판단하는 기준도 불명확하다.
하만을 스피커 등 프리미엄 오디오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가전제품기업으로 본다면 삼성전자의 높은 미국 가전시장 점유율이 인수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미국정부가 미국기업의 기술력 유출을 우려해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하만의 기술력을 확보하면 가전과 스마트폰사업에서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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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만의 프리미엄 음향가전. |
삼성전자는 향후 미국에서 사물인터넷과 소프트웨어 관련기업을 적극 인수합병하겠다고 최근 밝혔는데 미국정부의 미국산업 보호주의가 더욱 강화될 경우 이런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와 사물인터넷, 전장부품 등 신산업에 후발주자로 나선 상황에서 인수합병에 어려움을 겪으면 시장진출이 늦어져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북미법인을 통해 하만을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인수 뒤에도 경영진과 임직원을 교체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 이런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즈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해외업체들이 미국기업을 인수할 때 훨씬 까다로운 시험대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중국 뿐 아니라 세계 기업들이 모두 비슷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