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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스틸이미지. |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날 캐나다 이민국 홈페이지가 마비됐다고 한다. 미국인들도 어지간히 현실에 염증을 느꼈나보다.
어디 미국뿐이랴. 영화 '내부자들'보다 더 한 일들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걸 개탄하며 이민가고 싶다는 이들도 적지 않은 듯하다.
현실이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면 영화가 재미있을 리 만무하다. 답답하고 우울한 현실을 초월하고 싶은 욕망도 커질 수밖에 없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가 개봉 3주차에도 박스오피스 정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10월25일 개봉해 10일까지 누적관객 427만 명 이상을 끌어 모았다.
한국영화 신작 ‘스플릿’이 개봉해 2위로 올라서며 장기흥행 중인 코미디 ‘럭키’를 3위로 밀어냈지만 닥터 스트레인지의 흥행세는 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불의의 사고로 절망에 빠진 천재 신경외과 의사가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깨닫고 세상을 구원할 강력한 능력을 얻게 되면서 슈퍼히어로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마블 스튜디오가 내놓은 기존의 슈퍼히어로 영화들과 차별적인 요소가 많다. 마법사들이 활약하는 세계와 현실 세계를 오간다는 점에서 장르적으로 판타지로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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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가려진 시간' 포스터. |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것이야말로 판타지를 가능하게 하는 필수 요소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뛰어난 시각효과를 통해 초월적인 현실세계를 구현해 마블판 슈퍼히어로 영화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판타지영화는 마니아층도 두텁지만 모두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아바타'나 '반지의 제왕' '호빗' 등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들의 경우도 서사 못지않게 이를 구현하는 시각적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9월 개봉한 ‘거울나라의 앨리스’나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같은 판타지영화의 경우도 시각적 상상력이 돋보였다.
특히 미스 페레그린은 판타지장르의 거장으로 꼽히는 팀 버튼 감독이 4년 만에 선보인 신작이었던 만큼 27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장기상영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시각효과가 중요하다 보니 한국영화로 판타지가 제작되는 일은 비교적 드물다. 그런 점에서 16일 개봉하는 ‘가려진 시간’에 대한 기대가 높다.
외모 자체가 ‘판타지’라는 농담이 가능한 강동원씨가 주연을 맡은 영화다. 엄태화 감독은 독립영화 ‘잉투기’ 등으로 호평을 받은 신인감독인데 이번에 판타지장르로 장편상업영화에 도전했다.
13세 소년 성민이 ‘가려진 시간’이라는 공간에 갇혀 성인이 돼 돌아오면서 펼쳐지는 특별한 이야기를 그린다. 판타지적 설정이지만 가슴을 울릴 수 있는 감성판타지를 표방했고 미스터리적 요소도 갖췄다.
엄태화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공개한 특별영상에서 “판타지스럽지만 현실 안에서 있을 법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1월24일 개봉하는 ‘테애리 오브 테일즈’도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2차례 수상한 마테오 가로네 감독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제작진이 뭉쳐 만든 영화다.
제68회 칸 영화제 개봉 당시 비밀스러운 숲에 둘러싸인 왕국을 배경으로 여왕과 왕자, 공주가 등장하는 동화적이고 독창적인 이야기를 황홀한 비주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은 수작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