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철강 업계에 곧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바오스틸 제철소 사진.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철강업계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수 기업이 파산 위기에 놓이며 상위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국의 철강제품 수출량이 크게 줄어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한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 경쟁기업이 큰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23일 “중국 철강업계 전반의 위기가 마침내 시장 재편을 이끌 시기가 임박했다”며 “경제 성장 부진과 부동산 시장 붕괴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사기관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중국 전체 철강기업 가운데 약 75%가 상반기에 적자를 본 것으로 파악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파산 위기에 놓여 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중국 정부가 철강산업을 상위 기업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어 업계 전반에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중국 당국은 상위 5개 철강기업이 2025년까지 자국에서 40%의 점유율을, 상위 10개 기업이 60%를 차지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중국 정부의 이러한 목표가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준이라며 시장이 빠르게 재편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중국 철강 시장은 장기간 공급 과잉 상태에 놓여 있다. 최근에는 경제 성장과 제조업 위축으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다수의 기업이 경영난을 겪게 됐다.
결국 철강제품 제조사들은 과잉 생산 물량을 낮은 가격으로 해외에 수출하는 ‘덤핑’을 시도했는데 각국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관세를 포함한 대응 조치에 나서고 있다.
중국 철강업계가 상위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면 생산 효율화가 추진되며 한국과 일본 등 해외 기업들이 중국산 제품 덤핑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철강 산업이 중국발 덤핑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활로가 열리는 셈이다.
▲ 중국 장쑤성에 위치한 철강제품 공장 내부 사진. |
그러나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중국의 철강시장 구조조정이 의미 있는 수준의 생산 감축으로 이어지는 시기는 일러도 2026년 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분간은 철강 공급 과잉 상황이 개선되기 쉽지 않아 다른 국가에서 중국 철강업계 재편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의미다.
다만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철강업체 대상 구조조정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중장기 관점에서 긍정적 요소로 볼 수 있다.
중국산 철강제품 공급 과잉은 전 세계 동종업계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3일 “유럽 철강업체들이 중국산 수입 물량 증가와 덤핑에 대응해 무역당국에서 대응에 나서기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적인 공급 불균형을 일으키며 유럽 내 제조사들을 압박하고 있는 만큼 관계당국 차원에서 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의 올해 철강 수출량이 1억 톤 이상으로 201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 캐나다 등 국가도 이미 중국과 멕시코 등에서 수입되는 저가의 철강 물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 등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각국 정부의 이러한 노력과 중국의 철강산업 구조조정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 글로벌 업계 전반에 긍정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조사기관 CRU그룹의 분석을 인용해 “중국산 철강 수입을 막더라도 철강의 주요 사용처인 전기차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면 결국 유럽을 비롯한 철강 시장은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