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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수사 수용 입장을 밝히는 대국민 담화문을 침통한 표정으로 읽은 뒤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을 떠나고 있다. <뉴시스> |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을 놓고 사실상 함구했다. 이 때문에 대국민사과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4일 대국민담회에서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염려해 가족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다”며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순실씨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었고 왕래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이라며 “돌이켜 보니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얘기는 어려운 시절 도움을 주었던 최씨를 통해 ‘개인사’적인 일을 의논했는데 이 과정에서 ‘엄격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최씨가 국정농단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했음을 시인한 데에서 말문을 닫은 셈이다.
박 대통령이 가장 힘주어 말한 대목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얘기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는 내용이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를 놓고 상황인식을 잘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들 사이에서 하야 요구까지 나오는 것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설립 과정에서 권력을 이용한 모금뿐 아니라 최순실씨가 국정의 모든 분야에 개입해 박 대통령을 대신해 영향력을 행사한 데 대한 분노인데 이런 점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최씨와 관계가 철저하게 ‘사적인 영역’에 국한됐다고 해명했지만 이 부분도 논란을 낳고 있다.
최씨는 국무회의 자료와 외교관련 보고서 등 국가기밀까지 미리 보고받고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이는 결코 ‘개인사’가 아니다. 국가의 중요정보를 바탕으로 대통령의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엄연한 ‘통치행위’나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사사로운 인연을 완전히 끊고 살겠다”고 말했는데 이런 말로 국정농단을 덮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여전히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을 혼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기를 문란시키고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그저 개인사로 변명했다”며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절망적”이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런 책임회피 담화를 국민이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해야 할 유일한 일은 하야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심 대표는 박 대통령이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이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대통령의 헌정유린을 어떻게 불찰이란 말로 표현할 수 있나”고 꼬집었다.[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