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과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침체가 이어지자 상대적으로 현금창출력이 높은 유니온스틸을 합병해 동국제강의 재무구조를 안정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 두 회사 매출이 그룹 전체 매출의 90% 차지
11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유니온스틸과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 삼일회계법인을 자문사로 선정하고 타당성 검토를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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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
동국제강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양사합병을 통한 시너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해 왔다"며 "객관적 시각을 확보하기 위해 제3자인 회계법인의 자문을 구하는 것일 뿐 합병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은 그룹 내 철강사업부문 양대 핵심계열사다. 동국제강은 후판을, 유니온스틸은 컬러강판을 생산한다.
두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동국제강 4조116억 원, 유니온스틸 1조7023억 원으로 두 회사를 합치면 매출이 6조5160억 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그룹의 전체 매출액 6조6909억 원 가운데 88.9%를 차지한다.
동국제강은 유니온스틸의 최대주주로 65.11%(668만297주)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동생인 장세욱 사장이 유니온스틸의 경영을 맡고 있다.
동국제강이 유니온스틸과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철강시장 상황이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최근 철강시장은 중국 철강업체들의 저가공세가 거세지면서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동국제강은 전체 매출에서 내수판매 비중이 크다. 지난해 동국제강의 내수판매액은 3조2625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81.3%를 차지한다. 중국산 내수판매가 확대된 만큼 동국제강이 국내 철강시장에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입 철강재의 점유율은 39.8%까지 늘어났다. 특히 중국산 점유율은 지난해와 비교해 3.7%포인트가 늘어나 23.3%를 차지한다.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 합병추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동국제강은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몇 년간 내부적으로 합병을 검토해왔으나 합병에 따른 시너지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 결정을 미뤄왔다.
◆ 유니온스틸의 현금창출력 활용해 불황대비
하지만 철강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계속되자 합병이 다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은 지난 6월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함에 따라 자구계획안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양사합병을 통해 경영을 내실화하려는 포석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산 저가 후판에 밀려 고전중인 동국제강은 현금창출이 유리한 유니온스틸과 합병을 통해 재무구조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내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동국제강은 1분기 기준 8천억 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나 철강업 불황이 이어지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유니온스틸은 건축물이나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컬러강판을 생산하는 업계 1위의 알짜 계열사다. 최근 4년 연속 연결기준 2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고 올해 1분기에도 매출 5282억 원과 영업이익 121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동국제강은 업계 3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매출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11년 연결 기준으로 매출이 8조8149억 원까지 이르렀으나 2012년 7조7691억 원, 지난해 6조6909억 원으로 해마다 1조 원대씩 매출이 내려앉고 있다. 순부채비율도 2009년 연결기준 57.6%였던 것이 올해 1분기에 163.1%까지 늘어났다.
특히 후판분야에서 현대중공업계열에 납품되던 후판이 현대제철로 전량 이전되면서 매출은 2011년 약 9300억 원에서 2012년에 5100억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2013년에 60억 원까지 줄어들었다가 올 1분기에 매출실적이 전무한 상황이다.
두 회사가 합병되면 동국제강은 유니온스틸의 현금을 사업에 투입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동국제강은 브라질 CSP 일관제철소 사업에서 재무부담을 덜고 사업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CSP 일관제철소 사업은 2016년 완공예정으로 동국제강은 포스코 및 현지회사 발레와 합작투자를 진행중이다. 하지만 투자비용 7억5천만 달러와 채무보증 12억 달러에 이르는 등 동국제강에 상당한 재무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이 때문에 동국제강은 올들어 재무구조 악화설이 나오며서 2천억 원 상당의 본사 건물인 페럼타워 매각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동국제강은 브라질 제철소 투자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며 페럼타워 매각설 등을 일축했다. 동국제강은 지난달 초 1800억 원 상당의 유상증자에 성공하며 재무구조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