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항공우주국(NASA)이 예산 부족과 인력 이탈 등 문제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NASA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활용하는 우주선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 유인 탐사를 비롯한 야심찬 목표를 두고 있지만 장비 노후화와 자금 부족으로 고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중국은 우주항공 분야를 국가 차원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며 투자를 늘리고 있어 미국이 ‘우주 패권’ 경쟁에서 리더십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워싱턴포스트는 11일 “올해로 66년째를 맞은 NASA가 ‘고령’을 체감하고 있다”며 “과거 아폴로 계획 시대의 영광은 이미 오래 전 일이 됐다”고 보도했다.
NASA에서 보유한 여러 장비가 노후화되고 다수의 전문인력은 은퇴한 데다 민간 우주항공 기업으로 이직하는 직원도 늘어나고 있어 역량이 약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자금 부족으로 꼽힌다. 예산 증액 규모가 기술 고도화에 따른 비용 증가와 인플레이션 등을 따라잡지 못 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한림원은 ‘NASA가 갈림길에 놓였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며 NASA의 현재 계획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달에 영구 기지를 구축하고 화성에 유인 탐사를 시도하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과 같은 야심찬 목표를 지금의 예산 규모로는 적기에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후화된 장비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점도 NASA의 기술 경쟁력을 해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중장기 목표와 지금의 현실 사이에 큰 괴리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해당 보고서는 결국 전 세계 우주항공 분야에서 절대적 지위를 차지하던 NASA의 리더십도 중국의 도전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점차 불안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NASA가 이러한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미국 의회에서 기술 연구개발 및 인력 양성에 필요한 추가 예산 증액을 승인받는 일이 급선무로 꼽힌다.
▲ 중국 국영기업 중국항공우주기술공사(CASC)의 탐사용 로봇 이미지. |
만약 이를 현실화하지 못한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 일부를 폐기하고 중장기 관점에서 중요도가 높은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는 일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권고도 이어졌다.
새로운 기술 개발과 노후화 장비 교체, 전문 기술인력 교육 등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기조를 앞세워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과제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 정부와 기업들의 기술 발전에 속도가 붙어 NASA의 입지가 불안해지는 일은 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상반기에 개최한 전문인민대표대회에서 인공지능(AI)과 우주항공 분야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키워내겠다는 목표를 재차 앞세웠다.
중국은 시진핑 체제가 들어선 이후부터 우주항공 주요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왔는데 이러한 과제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셈이다.
현재 중국은 러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와 달 탐사 계획에 협력하고 있으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와 정상회담에서도 우주항공 협업 추진 계획을 언급했다.
정부 차원에서 자국 내 우주항공 관련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해외 국가에도 전문인력 양성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등 꾸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7월에는 우주선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수출 통제 대상에 새로 포함하기도 했다. 그만큼 관련 기술력에 자신감을 보이며 수호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지난해만 모두 66회에 걸쳐 우주선을 발사했다. 그만큼 우주항공 분야에 상당한 투자를 벌이며 단기간에 기술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과거 미국과 소련이 냉전 시대에 벌였던 우주항공 기술 경쟁이 미국과 중국의 대립 구도로 재현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6월 달 탐사 프로젝트의 성공을 자축하며 미국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발언도 내놓았다.
미국 정부가 중국 기관과 미국의 우주항공 기술 공동 연구를 금지하고 있지만 이러한 방해 시도가 우주항공 산업에서 중국의 도약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보고서를 인용해 “NASA가 현재 걷는 길은 중장기 관점에서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의 우주항공 분야 리더십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