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상장빔.' 가상화폐가 거래소에 신규 상장한 뒤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현상을 부르는 말이다.
2021년 10월15일 업비트에 상장됐던 ‘누사이퍼’는 지금까지도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대표적 상장빔 사례다.
▲ 7월부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이른바 '상장빔' 현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가상화폐 그래픽 이미지. |
누사이퍼는 시초가 314원에서 시작해 상장 당일 1만 원까지 가격이 3천% 정도 치솟으며 투자자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이후 몇 시간 만에 가격이 급락하며 1천 원대로 내려 앉았다.
누사이퍼 사례처럼 단기간에 큰 수익을 노리며 신규 상장된 가상화폐에 투자를 했다가 오히려 투자 손실을 얻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치권과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빔 현상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8일 가상화폐업계 안팎에 따르면 7월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며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규제와 투자자 보호 강도가 예전보다 강해졌으나 상장빔 현상은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업비트에 상장됐던 펜들(8월6일 상장), 에이셔(8월14일), 유에스디코인(8월30일), 유엑스링크(9월3일)와 빗썸에 상장됐던 어베일(7월23일), 아이오넷(8월7일), 에이셔(8월14일) 모두 상장 직후 급등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다시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어베일은 상장 당시 가격이 236원에서 10여 분만에 3500원까지 폭등했다가 그 다음날 284원까지 다시 급락했는데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지며 금융당국에서 조사도 나섰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에도 상장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관련 법에 상장빔을 직접적으로 관리하거나 규율할 만한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정무위원회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개정을 통해 상장빔 현상을 완화하려 하고 있다. 민 의원은 21대 국회 때부터 가상화폐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던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민 의원은 일반적으로 상장빔 현상이 투자자들의 단기 수익 목적에서 발생한다고 본다. 다만 상장 전 가상화폐를 미리 매수한 뒤 상장 이후 가격이 오르면 매각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부당한 요인도 분명 있어 이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문제 해결을 위해 가상자산 상장 절차의 투명성 강화, 시세 급등락 방지 장치 도입, 시세조작 및 내부자 거래 규제 강화, 거래소 책임 강화가 있어야 한다고 보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민병덕 의원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현재 법률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들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병행하고 있다”며 “2단계 가상화폐업권법도 준비하고 있는데 전문가 영역인 만큼 관계기관과 정책협의를 충분히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 민병덕 민주당 의원(사진)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개정해 상장빔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장치를 도입하려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
금융당국도 상장빔 현상이 투자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고 거래소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8월22일 가상화폐거래소 현장점검에 나서 상장빔 현상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5대 거래소,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인 닥사와 가상화폐 이상거래 현상에 대한 공유와 공동대응이 가능하도록 핫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다만 상장빔 현상을 단기간에 없애거나 규제하기 힘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시세 급등 현상이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수익을 노린 투자 행위에 바탕을 하고 있어 제어 장치를 마련하기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상장빔을 제도적으로 막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시세 조정 세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거나 아니면 사후적으로 발견해 제재하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