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 기자 smith@businesspost.co.kr2024-09-04 16: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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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엔씨소프트가 대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M’의 골프용품 콜라보레이션 행사로 이용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일반적으로 게임 관련 행사는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게임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인데, 엔씨소프트의 이번 행사는 골프용품에 게임 캐릭터 능력치와 연관된 아이템을 미끼 상품으로 포함시켜 게이머들의 구매를 일정 부분 강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엔씨소프트가 대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M' 관련해 골프 브랜드 'PXG'와 함께 진행하 콜라보레이션 이벤트 이미지. <엔씨소프트>
4일 게임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엔씨소프트가 골프 브랜드 ‘PXG’와 진행하는 콜라보레이션 행사에 포함된 쿠폰이 논란이 되고 있다.
회사는 지난 8월30일부터 9월1일까지 PXG 골프채 등 골프용품의 온라인 사전 판매를 진행했다. 또 9월6일부터 8일까지는 서울 성동구의 팝업스토어에서 현장 판매한다. 이후 9월12일부터는 온라인 정규 판매를 통해 한정판 콜라보레이션 상품을 판매한다.
골프용품을 구매해 받을 수 있는 쿠폰은 총 3종이다. 구매 제품 1개당 1장씩 주어지는 ‘구매 감사 쿠폰’. 제품 구매액 45만 원 당 1장이 주어지는 ‘콜라보레이션 사은 쿠폰’, 골프채 ‘다마스커스 퍼터’를 1개 구입할 때마다 제공되는 ‘다마스커스 퍼터 전용 특전’이다.
문제가 된 부분은 쿠폰으로 주어지는 아이템이다. 45만원 이상 구매시 주어지는 쿠폰에 들어있는 '성물 골프퍼터' 아이템과 390만원 짜리 다마스커스 퍼터 구매 전용 특전으로 지급되는 쿠폰의 ‘성령 수집 증표 선택 상자’ 아이템이다.
성물 골프퍼터 아이템은 ‘영웅급 성물’로 책정된 다른 성물 아이템보다 능력치가 훨씬 높다. 이 아이템을 위해 추가된 ‘컬렉션’ 제공 능력치도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컬렉션은 ‘리니지류’의 게이머 간 경쟁 게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성장 방식으로, 특정 아이템을 등록함으로써 영구적 능력치를 획득하는 시스템이다. 대체로 컬렉션은 아이템 자체를 소모하는 형태로 작동한다.
타인과 이권을 두고 대립하는 게임 특성 상 새로 나온 컬렉션을 포기하는 것은 게임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번 컬렉션은 직접적으로 PvP(플레이어 대 플레이어) 자체에 적용되는 능력치를 제공하고 있다. 리니지M 이용자들은 "희귀 아이템을 고가의 골프 용품을 구매해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성령 수집 증표 선택 상자 아이템이 문제가 된 것은 자체 능력치보다 그것을 제공하는 방식 때문이다.
이 아이템은 가장 높은 등급인 ‘신화급’ 성령을 확정적으로 제공하며, 이를 얻기 위해서는 전체 이벤트 기간 동안 총 30개 한정으로 판매되는 개당 390만 원의 다마스커스 퍼터를 구매해야 한다.
해당 퍼터는 이미 사전 판매를 통해 5개가 판매됐다. 또 5일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이용자 이벤트에서 판매할 5개도 구매 예약이 된 상태다. 팝업스토어 판매도 이미 방문 예약자가 꽉 차 현장에서 20개가 모두 팔릴 가능성이 높다. 팝업스토어에서 퍼터 20개가 다 팔리면, 온라인 정규 판매에선 더 이상 퍼터를 살 수 없다.
▲ 리니지M의 콜라보레이션 행사 중지를 요구하는 시위트럭이 지난 2일 경기도 판교 엔씨소프트 본사 앞에 서 있다. <리니지M 커뮤니티>
리니지M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능력치를 미끼로 상품을 파는 게 오프라인 이벤트냐", "나는 골프를 치지도 않는데 왜 게임을 위해 골프용품을 구매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상품 가격도 품질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것 같다" 등 불만을 표출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일부 이용자들은 엔씨소프트에 '골프용품 끼워팔기, 스펙강매 규탄한다. 콜라보를 철회하라'는 메시지가 전광판에 출력되는 시위트럭을 엔씨소프트 경기도 판교 본사로 보내 이벤트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박병무 공동 대표는 올해 3월에 취임한 후 “이용자에 친화적 방식으로 게임 사업을 운영해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런데 리니지M 골프용품 이벤트는 이같은 박 대표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는 게 이용자들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 회사가 여러 게임을 운영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한 게임에서 보여준 운영능력이 부정적이라면, 회사의 다른 게임 이용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말했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