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무산된 배경에 과연 최순실씨의 보복이 작용했던 것일까?
SK그룹이 K스포츠의 거액의 투자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제시해 사이가 틀어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한 공정거래위의 불승인 결정에 청와대의 입김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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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최순실 씨가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1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이 최순실씨가 주도한 K스포츠의 투자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씨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최씨가 SK그룹에 대한 일종의 보복으로 청와대를 동원해 SK텔레콤의 인수합병을 막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현식 전 K스포츠 사무총장은 10월30일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최씨가 K스포츠재단의 최고 의사결정권자 역할을 해왔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당시 경제수석)과 함께 SK그룹에 투자를 요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다시 한 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사무총장은 안 전 정책조정수석과 최씨의 지시를 받고 2월부터 4월까지 SK그룹을 세 차례 찾아가 80억 원의 투자를 요구했다. 그러나 SK그룹은 30억 원을 내놓겠다고 제안했고 투자금액을 놓고 이견을 보이다 결국 투자는 무산됐다.
SK그룹은 정 전 사무총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기 전만 해도 투자를 요구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SK그룹 관계자는 “현재 검찰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입장을 내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안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인수합병 심사가 진행되던 당시 경제수석을 맡다가 지난 6월 정책조정수석으로 옮겼는데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에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뜸을 들였다. 또 최소한 조건부 승인이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불승인을 결정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지난해 12월 인수합병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공정위는 7개월여 동안 심사를 진행한 끝에 불허 결정을 내렸다. 당초 3월까지는 결정이 나올 것으로 관측됐는데 7월 들어서야 최종결정이 내려졌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5월 공정위의 결정이 늦어지는 데 대해 직접적으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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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
심사가 길어지자 공정위가 인수합병을 허가하되 두 회사가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는 수준의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업계는 파악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런 예상을 뒤엎고 인수합병을 불허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인수합병은 SK텔레콤이 실무를 주도했기 때문에 심사과정이 길어지고 불허결정이 내려진 이유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공정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기존 입장 외에는 이번 의혹과 관련해 밝힐 것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를 놓고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이런 의혹도 진상이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씨가 국가 기간산업인 방송통신사업도 쥐락펴락했을 경우 국정농단의 심각성이 더욱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