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사태에서 컨테이너선의 하역작업 외에는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한진해운이 청산의 길을 걷고 있다.
1일 한진해운에 따르면 10월30일 기준으로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97척 가운데 89척이 하역작업을 끝내 하역완료율이 92%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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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호 경제부총리. |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9월 말 제시한 ‘10월 말까지 90% 하역’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나머지 컨테이너선의 하역작업을 마치는 데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아직 하역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선박 8척 가운데 4척이 가압류당했기 때문이다.
나라별로 가압류된 선박은 국내에서 셔먼호, 싱가폴에서 로마호, 캐나다에서 스칼렛호와 비엔나호다. 특히 로마호가 가압류된지 두 달, 스칼렛호와 비엔나호가 가압류된 지는 한달이 지났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셔먼호는 10월 초 초 국내에서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중 처음으로 가압류 처분을 받았다. 한진해운은 셔먼호를 압류한 창원지방법원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어 항고를 내면서 긴 법정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항고심 판결은 내년에야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해결에서 하역작업을 마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지만 이마저도 예정대로완료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셈이다.
정부가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의 하역작업 외에는 사실상 손을 떼면서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은 멀어졌다.
유 부총리는 10월31일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통해 해운산업에 6조5천억 원의 금융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한진해운을 살려낼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방안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한국선박회사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 민간 등과 협력해 자본금 1조 원 규모의 한국선박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한국선박회사는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해운사의 선박을 사들인 뒤 다시 빌려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를 통해 해운사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한국선박회사를 통해 지원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진해운의 청산 또는 회생이 결정된 뒤에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세웠다. 한진해운의 회생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조6천억 원 상당의 선박신조지원프로그램도 이번 방안의 핵심인데 지원대상에 ‘부채비율 400% 이하’라는 조건이 붙으면서 한진해운은 이 프로그램도 활용할 수 없게 됐다.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6월 말 기준으로 1076%에 이른다.
한진해운은 자산매각과 선대축소가 이뤄지면서 사실상 청산수순을 걷고 있다.
한진해운은 아시아와 미주노선의 영업망과 롱비치터미널 등 항만터미널 등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용선료와 유류비 등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빌린 배를 모두 반납하기로 했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97척 가운데 60척, 벌크선 44척 가운데 23척이 빌린 배다.
한진해운이 직접 소유한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은 모두 59척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5척 정도를 제외하고 선박금융회사에 담보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 사실상 선박운항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