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장이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국경제인연합회. 이하 한경협) 회비 납부와 관련해 정경유착의 고리가 확실히 끊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열리는 준감위 정례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한경협이 정경유착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는 인적 쇄신이 됐는지 근본적 의문이 있다"며 "정경유착 근본을 끊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열리는 삼성 준감위 회의에 참석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경협이 아직 정경유착 고리를 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최고 권력자와 가깝다고 평가받고 있는 분이 경제인 단체의 회장 직무대행을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상하다"며 "임기 후에도 계속 남아서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경협이 근본적으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의지가 있는지 회의를 갖게 된다"고 꼬집었다.
한경협은 현재 류진 회장이 회장을 맡고 있지만,
김병준 전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도 한경협 고문으로 남아있다.
김병준 고문은 전경련 출범 이래 처음으로 발탁된 정치권 인사다.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을 지낸 인물로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8월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을 임기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한경협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 위원장은 "한 번 원칙이 무너지는 예외를 인정하기는 쉽지만, 원칙을 다시 회복하려면 불가능하거나 많은 시간이 든다"며 "그래서 이번에 삼성 준감위에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신중하게 회비 납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가치를 잃는다고 생각한다"며 "정경유착 고리를 단절하기 위해 준감위에서 말한 것이 어떠한 압박이 돼 돌아오더라도 준감위원장으로서 이번 기회가 대한민국에서 정경유착 고리가 확실하게 끊어지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한경협은 올해 3월 말~4월 초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420여 개 회원사에 회비 납부 공문을 보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7월 초에, SK그룹은 지난주에 한경협이 요청한 35억 원의 연회비를 각각 납부했다. LG그룹는 회비 납부를 놓고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은 회비 납부 전 준감위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