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현대제철, 세아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이 정부 주도의 철강업 구조조정과 상반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철강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야심차게 내놓았으나 업계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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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과 세아제강이 최근 미국 에너지 강관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현재 다수의 미국 강관회사 중에 인수후보를 선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아제강도 미국 강관회사 인수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있다. 세아제강은 미국 강관회사인 OMK강관을 인수하기 위해 초기 검토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9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을 적용해 강관분야에서 사업재편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에 국내 강관업계에서 인수합병이 활발히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국내 강관시장이 이미 공급과잉 상태인 데다 미국 등 주요 수출시장에서 관세부담이 커지면서 현대제철과 세아제강 등 우위를 점하고 있는 철강사들이 국내에서 '짝짓기'보다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스틸이 최근 국내 강관회사 중 처음으로 원샷법 적용대상으로 선정됐지만 사실상 그 파장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하이스틸 이후 중소 강관사의 원샷법 신청이 이어지더라도 인수여력이 있는 철강사에게 부실한 국내기업보다 해외기업이 더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관부문뿐 아니라 후판부문의 구조조정도 정부의 뜻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업계가 자율적으로 적정수준을 정해 후판 생산설비를 줄여나가도록 했다.
강관과 함께 후판은 대표적인 공급과잉 품목으로 꼽히면서 정부가 설비감축을 강제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지만 업계의 반발을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현대제철과 포스코, 그리고 동국제강 등 3개 철강사가 국내 후판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회사도 쉽사리 후판설비를 감축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포스코는 올해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후판공장 문을 당장 닫아야하는 상황이 아니다”며 후판 생산감축의 필요성을 부정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은 정부의 주도 아래에 철강사 합병 등 사업재편에 속도가 붙었다”며 “전방산업의 침체로 철강업 업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효과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정부와 업계가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