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4-08-21 16: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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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을 대표하는 네이버의 인공지능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가 오는 24일로 출시 1주년을 맞는다. 네이버는 출시 이후 한 해 동안 하이퍼클로바X를 각종 자사 플랫폼에 적극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수익성을 담보하고 있지 못한 만큼, 하이퍼클로바X의 수익화 전략을 구체화하고, 해외 빅테크와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것이 앞으로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가 24일로 출시 1주년을 맞는다. <네이버>
이런 가운데 해외 빅테크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AI 경쟁력 우위를 굳혀가면서, 국내 AI 기업들과 더 격차를 벌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1일 정보기술(IT)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네이버가 지난해 선보인 하이퍼클로바X는 24일로 출시 1년을 맞는다.
하이퍼클로바X는 챗GPT나 바드와 같은 챗봇 형태의 대규모언어모델로, 화제성이나 기술력 측면에서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AI LLM 위치에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21년 5월 공개한 국내 최초 대규모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를 개량해 지난해 8월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했다.
하이퍼클로바X는 현재 챗GPT와 같이 서비스 사용자에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 등으로 직접적 수익은 내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해 커머스, 검색, 커뮤니티, 광고 등 플랫폼 부문에서 사용자 만족도를 높여 플랫폼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하고 있고, 아직 유료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진 않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2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하이퍼클로바X를 이용한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고 있지만, 네이버의 핵심 서비스인 검색, 커머스에 결합한 수익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별도 구독 수익모델은 검토하고 있지 않고, 비용이 수반되더라도 AI 기반의 기업 대 소비자 간 거래(B2C) 서비스를 확대하거나 실험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대신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B2B AI 개발 솔루션에 탑재해 기업들이 클로바X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B2B 서비스에 애드온(프로그램 기능 보강) 적용 등의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한 업무협약(MOU) 체결 사례는 모두 65건(2023년 2월~2024년 8월)이다. AI 개발솔루션 ‘클로바 스튜디오’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과 기관은 현재 2천여 곳으로 늘어났다.
하이퍼클로바X는 그동안 세계 시장에서 빅테크들과 직접적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국내 시장을 우선 공략한다는 목표 아래 서비스를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해외 빅테크의 기술력이 고도화와 함께 이들의 국내 시장 침투가 확산하고 있다. AI 활용 측면에서도 현재 국내 검색 시장의 네이버 점유율은 55.22%로 연초와 비교해 6%포인트 가량 줄었다.
▲ 글로벌 AI 기술개발 경쟁이 '머니게임' 양상으로 전환하면서 국내 IT기업들과 해외 빅테크 간의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네이버>
이에 빅테크와 경쟁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과 B2C 서비스 수익화 방안이 향후 주요한 과제로 꼽힌다.
문제는 AI 경쟁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머니게임' 양상으로 전환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자본 투입에서 확연한 열위에 있다는 점이다.
각 회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상반기 합산 연결기준 연구개발비는 1조5488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보다는 2.59% 늘었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선 9.2% 줄었다. 2020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두 기업의 합산 연구개발비 증가세가 꺾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글로벌 빅테크들은 AI 관련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메타, 알파벳의 합산 AI 관련 투자 금액은 총 1060억 달러(약144조4190억 원)에 달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0% 가량 늘었다. 알파벳은 90%, MS는 78% 가량 투자를 늘리는 등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비를 집행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AI 거품론이 확산하면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하지만, 당분간 AI에 대한 투자가 빅테크들을 중심으로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며 "AI 기술 개발에 막대한 데이터가 필요한 만큼 투입 가능한 자본 규모로 사업 성패가 갈리는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