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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그림자 이정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퇴진 위기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6-10-31 16: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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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취임 84일 만에 퇴진 위기에 내몰렸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비박계를 중심으로 뭉쳐 당직까지 물러나며 집단으로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는 박 대통령 덕분에 정치인이 될 수 있었다고 평소 말했는데 정치적 위기마저 함께 맞고 있다.

◆ 새누리 절반 “이정현 사퇴” 이구동성

새누리당 비박계는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하며 31일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당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하는 연판장 서명에 들어갔다.

  박근혜 그림자 이정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퇴진 위기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3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뉴시스>
회동에 김무성 정병국 나경원 김용태 이혜운 등 의원 41명이 참석했다. 동참 의사를 밝히고 자리에만 나오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하면 모두 54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현아 김종석 등 범친박계 또는 중립 성향으로 분류됐던 일부 의원들까지 참석했다.

초재선이 중심이 된 비박계 의원들 21명도 뭉쳐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이들은 ‘최순실 사태 진상 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진정모)’을 결성해 당 지도부 총사퇴와 거국내각 구성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날 열린 2개의 모임에 몇몇 의원들은 중복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어림잡아 전체 129명의 의원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지도부의 퇴진을 요구한 셈이다. 이 때문에 친박계가 주도했던 당내 세력 구도가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판장 회동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국민이 납득하려면 재창당 수준의 조치가 당에서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이 대표는 “어려울 때 그만두고 물러나고 도망가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라며 퇴진 요구를 거부했다.

그는 “나를 포함해 어떤 지도부 구성원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조직이 어렵고 힘들 때 정말 책임감을 갖고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것이 지도자가 해야 할 의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퇴진 거부에 반발한 당직자들의 사표 제출이 이어지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은 설 자리가 계속해서 좁아지고 있다.

김현아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연판장에 서명한 뒤 이 대표에게 사의를 전달했다.

진정모의 간사를 맡은 오신환 당 홍보본부장도 이 대표와 면담 뒤 사의를 표명했다.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도 사표를 내며 퇴진 시위에 가세했다.

김종석 원장은 “당 지도부 사퇴 요구 성명에 서명을 해놓고 당직을 요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박근혜 그림자 이정현, 같이 궁지에

이 대표의 처지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궁지에 몰리면서 함께 어려워졌다. 문건이 유출됐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데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만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최순실씨 존재를 10년 전부터 알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윤남수 전 독일한인회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006년 독일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했을 때 최씨 부부와 동행했다. 당시 공보특보였던 이 대표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그림자 이정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퇴진 위기  
▲ 박근혜 대통령(오른쪽)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0월24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뉴시스>
최순실 게이트로 불붙은 이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은 9월 단식 농성 때 이미 예고됐다.

이 대표는 9월24일 당내 중진들과 상의도 없이 단식과 국정감사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에 당 내부에서 성급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단식 사흘째에 들어가면서 이 대표는 돌연 국감 정상화를 요구하는 독단을 내렸다. 이 결정이 긴급 의원총회에서 무시당하면서 그는 또 한번 체면을 구겼다.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타이밍이 틀렸다”며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는 훈시까지 공개적으로 받았다.

이 대표의 리더십은 연설문 사태와 더불어 더욱 위태로워졌다. 그는 25일 “나도 연설문이나 기자회견문을 준비할 때 친구의 도움을 받는다”며 최순실씨의 연설문 사전검열을 옹호해 안그래도 들끓던 비판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 대표의 발언은 당장 당 내부에서부터 황당한 해명이라는 성토가 쏟아졌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논리로 최순실 사태를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도 “이런 위급한 시기에 청와대 하수인 역할이나 하면 당 지도부에 대해 책임을 묻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25일 박 대통령의 사과방송 뒤 이 대표는 조언을 구하기 위해 긴급히 중진간담회를 소집했지만 참석률이 낮아 취소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2004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에 의해 수석부대변인에 발탁됐다. 2007년 대선 경선과 18대 대선에서 공보 업무를 맡으며 ‘박근혜의 대변인’으로 성장했다. 현 정부가 들어서고 대통령직 인수위 정무팀장과 청와대 정무수석, 홍보수석을 지낸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그는 2011년 저서 ‘진심이면 통합니다’에서 “근본없는 놈이 박근혜 전 대표 같은 귀인을 만난 덕분에 국회의원이 됐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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