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4-08-20 16: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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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HS효성의 최대주주에 오르며 지주사 전환 작업이 일단락됐다. 조 부회장이 사세 확장을 위한 신사업 진출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셈이다.
인수합병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앞서 시사한 조 부회장은 지주사 현금 곳간을 채우기 위해 캐시카우인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와 아라미드의 사업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지주사 전환 작업을 일단락하고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아라미드 소재 사업의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조 부회장이 지난달 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대한상공회의소>
20일 증권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사업은 상반기 바닥을 지나 하반기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섬유는 무게가 철보다 25% 수준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 이상인 소재로 수소탱크, 항공기 외관 등에 쓰인다. 조 부회장은 2011년부터 탄소섬유 사업을 직접 챙겨왔다.
김도현 SK증권 연구원은 "탄소섬유 사업은 판가 하락이 지속돼 2분기 저조한 이익률을 기록했으나, 6호기(중국 생산설비) 안정화 이후 전주공장 7호기 가동으로 출하량이 확대될 것"이라며 "특히 글로벌 판매량 확대는 이익 비중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해 실적의 점진적 회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효성첨단소재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국내 방산 시장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 국내 방산 기업에 탄소섬유를 납품하고 있는 일본기업 도레이의 점유율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연 9천 톤 규모의 탄소섬유 생산설비를 2025년 2만1500톤까지 늘리는 등 생산설비 증설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 들어 탄소섬유 사업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판가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데다 신설공장의 고정비 투입 부담이 늘어난 탓이다.
또 다른 신사업인 아라미드 소재 사업 역시 국내외 경쟁사 증설에 따른 공급 증가로 판가가 하락하며, 2분기 판매량 증가에도 전분기 대비 적자가 늘었다.
HS효성 관계자는 “미국에서 5G 무선통신망 관련 예산심의가 이뤄지고 있어 향후 아라미드 판매량 증가를 예상한다”며 “금리 인하가 이뤄져 차량 판매가 늘면 수익성 또한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효성첨단소재는 올해 상반기까지 주력 사업인 타이어코드가 순항하면서 나쁘지 않은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계열분리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맡게 된 이상 업황개선을 기다리며 탄소섬유·아라미드 사업의 부진을 마냥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 부회장은 올해 7월1일자로 효성첨단소재,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토요타, 광주일보사, 효성홀딩스USA, 효성비냐(베트남 물류법인) 등 계열사 6개를 들고 효성그룹에서 독립했다.
그는 사세 확장을 염두에 두고 계열분리 이전부터 효성첨단소재에 미래전략실을 신설해 이차전지 소재, 바이오 소재 등 새로운 사업 진출 타진해왔다.
HS효성의 신사업 진출은 주로 인수합병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 관측이다.
조 부회장은 효성 전략본부에서만 15년 넘게 일하며 타이어코드와 스틸코드, 에어백용 원단 등 자동차용 소재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인수합병을 이끌었다는 점이 이같은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기 위해서는 신설 지주사인 HS효성 곳간 채우기가 필요해 보인다. 2023년 말 별도기준으로 HS효성 현금보유량은 240억 원에 그쳤다. 향후 계열사 배당과 상표권 사용료 등을 통한 현금유입이 중요해졌다.
▲ 효성첨단소재는 하반기 전북 전주에 위치한 탄소섬유 제7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 전경. <효성첨단소재>
그러나 효성첨단소재의 현금배당 총액은 2022년 670억 원, 2023년 290억 원 수준이다.
이밖에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자금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다.
공정거래법상은 지주사가 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HS효성은 기존 23.3%인 효성첨단소재 지분율을 2026년 6월30일까지 3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20일 종가 기준 효성첨단소재의 시가총액은 약 1조3천억 원 수준으로, 남은 지분을 취득하기 위해선 1천억 원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다만 조 부회장이 효성첨단소재 지분 22.5%를 보유한 만큼 효성첨단소재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 출자하고, 지주사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선택지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HS효성 관계자는 “기한이 남아있는 만큼 정부에서 정한 기준을 준수하면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