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4선 의원과의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3자 추천방식의 채상병특검법’을 제안만 해두고 정작 발의에는 소극적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계와 갈등을 지속해온 만큼 제3자 추천 특검법안 발의를 미루며 당내 갈등의 봉합을 모색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대표가 직접 임명한 정책총괄책임자인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최근 ‘제3자 추천방식 채상병특검법’에 시간을 두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결국 유야무야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상훈 정책위 의장은 최근 MBC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한동훈 대표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공약이었던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검토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검토한 바는 없다”며 “특검법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사결과가 발표된 뒤 수사결과가 미진하면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한동훈 대표가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을 사퇴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친윤계와 갈등 끝에 임명한 김상훈 정책위의장의 입에서 나온 말인 만큼 한 대표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동훈 대표가 직접 ‘제3자 추천방식 채상병 특검법’에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일 경우 야권의 집중 포화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둔 행보로 읽힌다.
한동훈 대표는 13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김경수 전 지사의 복권에 대해서는 짤막하게 공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채상병특검법과 관련해서는 취재진의 답변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와 관련해 개혁신당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제3자 특검법을 본인이 먼저 이야기 했다가 발 빼는 모양새”라며 “앞으로 그냥 ‘술 안 먹는 윤석열’ 하겠다는 거냐”고 날을 세웠다.
이 의원의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공약을 번복한 사례가 있음을 꼬집으면서 술을 먹지 않는
한동훈 대표를 윤 대통령에 빗대어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발 더 나아가 기존에 폐기된 채상병특검법보다 특별검사의 권한과 수사대상범위를 확대한 이른바 ‘채상병특검법 3탄’을 발의하면서
한동훈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세 번째 발의된 채상병특검법은 구체적으로 ‘김건희 여사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혐의를 받는 이종호 전 블랙펄 인베스트 대표가 채상병 사건과 관련된 임성근 사단장의 구명을 도왔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8일 해당 법안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
한동훈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채상병특검법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대안이 될 특검법안을 내놓으면 된다”며 “그래야 토론이나 협상이 가능하지 국민의힘이 아무런 움직임 없이 연기만 피우면 국민과 민주당을 우롱하는 처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임이자 의원 주최로 열린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한동훈 대표로서는 야권에서 이처럼 압박 공세수위를 높여가는 것에 더해 당내 견제 움직임에 이미 거론한 ‘제3자 추천방식 채상병특검법’의 추진여부를 두고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과 관련해서도 친윤계와 다르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가 갈등을 겨우 봉합한 전례가 있어 부각되는 이슈마다 당내 내홍이 발생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여지도 크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 의원들 사이에서 ‘제3자 추천방식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지배적인 것도
한동훈 대표가 장고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9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서 당내 채상병 사망수사 개입의혹을 두고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자는 여론이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최고의원은 “민주당이 이른바 '더 센 특검법'을 자꾸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에서 제3자 추천 특검법을 논의할 실익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저도 그 생각에는 동의한다"며 "지금 제3자 추천 특검법을 내놓아봤자 민주당과 협상이 될 리도 없고 오히려 전열만 분열시키고, 국민의힘 전략만 노출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앞서 친윤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당대회 직후 법안과 관련한 사안은 원내대표의 고유권한이라는 점을 이례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당시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김민전 최고위원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추 원내대표의 의견에 동조해 한 대표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김민전 최고위원은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된 입장이나 특별검사를 어떻게 임명할 것인지는 원내 전략에 국한되는 일이므로 당대표가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친윤계 일각에서는
한동훈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기 위해 ‘제3자 추천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이나 ‘김경수 전 지사 복권 반대 사례’처럼 친윤계의 의견과 대립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추가적 정치공세를 벌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한동훈 대표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 친윤계 원외인사로 꼽히는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
한동훈 대표가 결과적으로 이슈 하나 하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워야 본인의 주목도가 올라간다는 계산을 깔고 정치에 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
한동훈 대표와 관련해 문제점이 있는 사항을 추가적으로 공개할지 정치상황을 보면서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