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국중립내각 요구가 거세다.
야권뿐 아니라 새누리당에서도 거국내각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이 주목된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국정공백의 위기를 맞아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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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대표.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거국내각 논의의 물꼬를 틀었다. 문 전 대표는 26일 긴급성명을 발표해거국내각 구성을 공론화했다.
그는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강직한 인물을 국무총리로 임명해 국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겨야 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당적을 버리고 국회와 협의해 거국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국내각이란 야당 인사를 정부각료로 영입해 특정정당을 배경으로 두지 않는 중립적인 행정 수뇌부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대통령의 역할을 외교·국방이나 그 이하로 제한하고 실권은 총리가 행사하는 과도정부 형태다. 대통령은 사실상 상징적 존재에 머무르게 되는 셈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6일 페이스북에서 “박 대통령은 국가를 경영할 권위와 자격을 상실했다”며 “최소한의 애국심이 남아 있다면 비서진을 전면교체하고 거국중립내각을 신속하게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대표와 손학규 전 더민주 고문, 김부겸 더민주 의원도 거국내각 구성을 요구하는 흐름에 뜻을 같이했다.
새누리당의 경우 입장이 엇갈린다.
친박계인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27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거국내각은 정치권이 담합해서 권력을 나눠갖자는 의미”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비박계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대통령의 리더십이 신뢰를 잃어 현재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며 “거국내각을 구성해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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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0월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에 대한 연설문 유출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사과하고 있다.<뉴시스> |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정병국·김용태 새누리당 의원도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비판하며 ‘거국내각은 불가피하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거국내각을 개헌과 맞물려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학교 교수는 “거국내각을 구성해 대통령이 외교와 안보만 담당하면 총리를 중심으로 국정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원집정부제와 내각제를 시험할 수 있어 개헌담론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부정적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거국내각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침묵을 지켰다. 황교안 총리도 이날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거국내각은 실험되지 않은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인적쇄신을 통해 거국내각 요구를 막으려는 뜻을 보였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와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예외 없이 교체해야 한다는 점에 대통령과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비서진 교체 등 인적쇄신 요구는 수용한 반면 거각내각은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