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티몬·위메프와 맺은 계약을 해지하고 소비자·제휴점 보호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일정 부분 금전적 손실과 여행업계 전반에 미치는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규모가 영세하고 재무구조가 열악한 여행사들은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
▲ 여행업계가 티몬과 위메프의 대금 미정산 사태 탓에 코로나19 종식 이후 찾아온 여행 수요 회복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 어렵게 됐다. 사진은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신사옥 앞은 환불 신청을 하려는 소비자들과 안전을 확보하려는 경찰, 취재진 등이 뒤엉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26일 여행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여행사들은 티몬·위메프 대금 미정산 사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영세한 여행사일수록 자금난에 노출되고 있다.
여행상품은 티몬·위메프 등 플랫폼에 입점한 상품 가운데 거래 금액이 높은 축에 꼽힌다. 반면 여행상품의 마진 폭은 매우 작은 편이다.
대금이 제때 정산되지 않으면 영세 여행사들은 자금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 할 수 있다. 여행사들은 대체로 100만 원짜리 여행상품을 팔 때 마진으로 1만~2만 원가량을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진다.
규모가 큰 여행사들 가운데도 재무구조가 열악한 곳들은 이번 사태로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티몬·위메프에 여행 상품을 입점한 여행사 가운데 외부감사를 받아 재무상태표를 공시한 몇몇 곳은 지난해 기준으로 완전·부분 자본잠식 상태다. 해마다 결손금이 누적된 탓에 자기자본이 자본금보다 작아진 것이다. 아예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곳들도 있다.
예기치 못한 사태로 손실이 발생한 데다 여행사의 상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줄어들기라도 하면 이들 역시 경영난에 빠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주요 여행사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코로나19 기간 여행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영업적자를 보며 기나긴 보릿고개를 거쳐야 했는데 엔데믹 이후 여행 수요 회복의 혜택을 누리려던 찰나에 돌발 악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태가 벌어진 3분기(7~9월)은 여름 방학·휴가가 끼어 있어 여행업의 가장 큰 성수기로 꼽힌다.
티몬과 위메프 사태가 국내 소비자들의 여행상품 수요를 전반적으로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 한바탕 소동을 겪은 만큼 소비자들이 여행을 꺼리거나 여행사 상품을 구매하는 대신 직접 항공권과 숙박 등을 구매하는 쪽으로 선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티몬·위메프뿐 아니라 여행사를 향해서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티몬·위메프를 통해 여행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 다수는 온라인을 통해 오픈채팅을 비롯한 커뮤니티를 결성해 정보를 공유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커뮤니티에서 상당수 소비자들은 여행사들의 불친절한 고객 응대, 상품 환불의 불편 등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한 소비자가 “이번 사건 이후로 여행사를 다시는 이용하지 않겠다”는 글을 남기자 다른 소비자도 “나도 그렇다”고 응답하는 등 여행사를 향한 불신과 불만도 커지고 있다.
여행사들로서는 계약을 해지한 뒤인 8월 이후 예약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을 응대하는 문제가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티몬·위메프에 비용을 지불한 뒤 여행사로부터 서비스를 제공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대금을 받지 못한 여행사가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을 아예 외면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업체들마다 처한 형편이 조금씩 달라서 각자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티몬·위메프에 여행상품을 입점했던 주요 여행사들은 일제히 계약 해지 절차를 밟고 있다.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7월 말 출발하는 예약 상품까지는 정상적으로 진행하되 8월부터는 대부분 여행사가 예약 상품을 취소하기로 했다.
일부 여행사들은 이번 사태에 따른 손실 예상 금액이 부풀려져 기업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노랑풍선은 “여행알선수입 가운데 티몬·위메프 두 곳에서 발생되는 매출은 불과 3% 안팎으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진 26일 피해자들이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환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놀자도 “연결기준으로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약 7400억 원을 보유하고 있고 자본총계는 1조4천억 원대로 다른 국내 주요 여행사들과 비교해 최소 13배에서 최대 32배 많다”며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가 자본 유동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에 재무적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소비자 보호를 앞세워 정상적으로 상품 이용을 가능하도록 방침을 세운 여행사도 속속 나오고 있다.
야놀자는 티몬·위메프에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대금 정산 여부와 관계없이 상품 구매 금액만큼 전액을 야놀자 포인트로 보상하기로 했다. 포인트 지원 규모는 50억 원에 이른다. 이와 함께 제휴점의 미정산 대금도 책임지기로 했다.
기존 미정산 대금을 포함한 야놀자의 부담금은 약 3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배보찬 야놀자 플랫폼부문 대표는 "티몬·위메프 사태로 고객과 제휴점의 피해가 확대되고 여행업계가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며 "여행업계 선두기업으로서 고객과 제휴점 피해 회복을 지원하는 한편 여행업계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어때 역시 기존에 구매가 이뤄진 상품을 예정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어때는 “해당 플랫폼에 개별 취소를 요청하거나 추가 요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며 “비용 부담이 적지 않지만 현재 여행객의 고통이 큰 만큼 내부 논의 끝에 결정했다”고 밝혔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