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미국 롱비치터미널을 해외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21일 “회생을 위한 자금확보를 위해 자회사인 미국서안한진해운터미널(TTI) 지분 등의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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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 |
한진해운은 미국서안한진해운터미널이 보유한 롱비치터미널 지분 54%를 세계 2위 해운사인 MSC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SC는 롱비치터널의 나머지 지분인 46%를 보유하고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의 승인을 받아 매각주간사를 선임하고 MSC와 지분 매각을 논의하고 있다. 매각지분의 가치는 1천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MSC가 한진해운의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은 미국서안한진해운터미널을 설립하면서 롱비치터미널 지분 100%를 보유했다. 2011년 MSC에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두 회사가 지분을 매각할 때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조항을 달았다.
MSC가 가격 등을 이유로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인수하지 않더라도 롱비치터미널 지분의 매각은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에도 터미널의 가치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상선도 한진해운이 보유한 롱비치터미널과 스페인의 알헤시라스터미널 지분의 인수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진해운이 아시아노선과 미주노선 영업망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제값을 받고 팔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주노선만 하더라도 매년 3~4조 원의 매출을 내던 알짜노선이었지만 법정관리 신청 이후 상황이 변했다. 아시아와 미주노선의 매각가격은 잘해봐야 4천억 원에 못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법정관리 신청 이후 화주들이 이탈하면서 가치가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인수후보로 꼽혔던 현대상선마저 아시아와 미주노선 인수에 조심스러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이 이미 미주노선을 운항하고 있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굳이 노선확대에 나설 필요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해외 해운사들도 한진해운의 노선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고 있지만 한진해운과 비슷한 노선을 운항하고 있는 일부 중국 해운사들이 한진해운 노선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자산의 해외유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국내 해운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현대상선에 인수자금 지원에 나설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14일 한진해운 아시아-미주노선 영업망의 유무형 자산을 매각한다고 공고했다.
구체적인 매각 대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물류시스템과 인력, 해외 자회사 7곳, 컨테이너 선박 5척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28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고 11월4일까지 예비실사를 진행한다. 본입찰은 11월7일로 예정돼 있다.[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