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이 단통법을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KT와 LG유플러스 순위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빕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을 신속하게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잠잠하던 이동통신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단통법이 폐지되면 이동통신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선제적으로 가입자 확보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KT와 LG유플러스의 이동통신 2·3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통신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거대 야당이 단통법 폐지에 힘을 실으면서, 지난 21대 국회와 달리 22대 국회에서는 단통법 폐지가 일사천리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1대 국회에서 단통법 폐지를 반대하던 민주당이 당론을 180도 바꿔, 통신사 경쟁을 촉진해 국민 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이용자 차별,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하고,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간 담합을 막는 법안을 곧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통법은 통신사가 유통점에 차별적으로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2014년 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 3사의 요금제와 단말기 지원금 액수는 거의 ‘대동소이'해졌다.
이 때문에 단통법이 본래 입법 취지와 달리, 사실상 이통사들의 경쟁을 가로막는 ‘악법’이 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15일까지 이동통신 번호이동 건수는 132만9774건이었지만,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이 시행된 이후인 3월16일부터 5월까지는 131만5518건으로 되레 줄었다. 이동통신 업체들이 비슷하게 낮은 전환지원금을 지급하며 경쟁을 외면한 결과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이동통신 3사를 대상으로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과 관련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통신사들이 2015년 이후 판매장려금을 서로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해 내부 정보를 공유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구체적 과징금이 적시되지 않았으나, 이동통신 3사에 부과될 총 과징금은 4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단통법이 폐지되면 LG유플러스가 가장 먼저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을 강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3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데다가 정부가 지속해 제4 이동통신사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할 필요성이 경쟁업체보다 크기 때문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4 이동통신 사업자가 다시 등장하면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피해를 많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LG유플러스는 이미 꾸준히 마케팅 비용을 확대하며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유플러스가 2024년 1분기 지출한 마케팅비는 5467억 원으로, 2023년 1분기 대비 2.3% 더 사용했다. 반면 같은 기간 SK텔레콤과 KT 마케팅비는 4.9%, 0.9% 감소했다.
LG유플러스 가입자도 나홀로 성장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4년 4월 무선통신서비스 가입현황' 통계를 보면, LG유플러스의 이동통신 가입 회선 수는 1095만1342건으로 3월보다 2235건 늘었다. 반면 SK텔레콤과 KT의 가입 회선 수는 각각 1만812건 , 8568건 씩 감소했다.
특히 KT와 LG유플러스의 이동통신 가입 회선 격차는 6개월 연속 줄어어 역대 최소인 250만6906건까지 좁혀졌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단통법 폐지 뒤 LG유플러스가 단말기 보조금 확대에 나서면 KT도 경쟁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통법 시행 뒤 10년 동안 보이지 않았던 이동통신 시장의 ‘가입자 빼앗기’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3일 단통법 폐지 법안을 발의한 박충권 등 국민의힘 의원 10인은 “단통법으로 이용자 차별이 방지되기보다 이용자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이 축소되는 등 이용자 후생이 저하되고 있다”며 “자유로운 시장경제 체제 도입이 국민에 더 큰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