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 등 일본 부품사들과 접촉하며 올레드패널 공급을 놓고 자금지원 등 협력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애플이 이런 전략으로 부품공급사들에 우위를 점해 가격협상력을 높일 경우 삼성디스플레이가 올레드패널을 공급해 얻을 수 있는 수혜가 줄어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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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왼쪽)와 혼마 미츠루 재팬디스플레이 CEO. |
18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 등 일본 패널업체가 중소형 올레드시장에서 후발주자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샤프는 모기업인 대만 홍하이그룹과 중국에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올레드패널 전용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다. 이렇게 할 경우 중국정부의 지원을 받아 투자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샤프는 일본에 위치한 기존 디스플레이 생산시설과 홍하이그룹의 디스플레이 자회사인 이노룩스의 대만공장도 올레드패널 생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니혼게이자이는 “중국공장이 완공되는 2019년부터 샤프의 올레드패널 생산능력이 급증할 것”이라며 “애플 아이폰의 올레드 주요 공급사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재팬디스플레이도 최근 초기금액만 2조 원에 이르는 중소형 올레드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독자적인 기술력 확보가 쉽지 않은만큼 샤프와 기술협력으로 시장진출을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부품업체들이 올레드 중심의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는 것은 애플이 아이폰에 올레드패널 탑재계획을 검토하며 이 업체들과 접촉해 올레드패널 생산을 주문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 모바일제품에 LCD패널을 공급하며 대부분의 실적을 올린다. 애플이 이를 올레드로 대체할 때 대응하지 못하면 직격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는 올레드패널에 투자하지 않으면 스마트폰 부품사업에서 입지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어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애플의 압박이 이 업체들에게 중소형 올레드패널 절대강자인 삼성디스플레이를 추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도록 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디스플레이 기술의 중심이 전력효율과 화질 등에서 앞선 올레드패널로 점차 이동하고 있는만큼 체질개선을 빨리 이뤄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도 애플이 아이폰에 올레드패널 탑재를 검토하자 중소형 올레드 생산시설에 대규모 금액을 투자하며 대응하고 있다. 이르면 2018년부터 대량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올레드 공급사를 다변화하기 위해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 등 후발업체에 자금과 기술지원을 적극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팬타임스는 “재팬디스플레이는 애플에 올레드 투자금액을 빌린 뒤 부품을 공급해 갚는 형태의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며 “애플이 이전에 부품공급사를 키우기 위해 종종 써왔던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이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 등을 키워내 올레드 공급선을 다변화할 경우 가격협상 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이 경우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에 올레드패널 공급으로 입을 수혜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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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
삼성디스플레이가 최소 2018년까지 중소형 올레드 기술력과 생산능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차지하겠지만 애플이 올레드패널 탑재시기를 미룰 경우 이런 장점도 희석될 수밖에 없다.
경제전문지 시킹알파는 “애플이 올레드 공급선을 다양화하기 위해 아이폰에 본격적인 탑재를 2019년으로 미룰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LG디스플레이 등 경쟁업체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수혜가 분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킹알파는 곡면 올레드패널을 적용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발화사고를 이유로 애플이 올레드 탑재를 미룰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봤다. 애플은 까다로운 기준을 내세워 확실하게 검증받은 부품만 탑재하는 철칙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중소형 올레드패널 중심의 공격적인 체질개선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올레드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에 생각보다 많은 업체가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