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4-06-12 11: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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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원구성 공세에 국회 의사일정 전면 거부, 야당의 모든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 등 전면적 '보이콧'으로 응수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쟁점법안을 의결한다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뒤 국민의힘도 재의결을 막기 위해 결국 국회 본회의에 참석할 수밖에 없다.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의회정치 원상복구 의원총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보이콧 전략은 한계가 있는데다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아 국민의힘이 22대 국회 초반 원 구성 협상에서 출구전략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12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이르면 13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아직 위원장을 선출하지 않은 7개 상임위원회 배분을 완료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나머지 단추를 마저 꿰어야 22대 국회가 본모습을 갖춘다”며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지 못한 7개 상임위도 신속하게 구성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안에 본회의를 열어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이 먼저 11개 상임위원장을 내정하며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둔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자리는 기획재정위·정무위·외교통일위·국방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정보위 등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을 ‘폭주’라 비판하고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7개 상임위원장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만일 7개 상임위원장을 받아들이면 민주당의 법사위, 운영위, 과방위 확보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갖춰질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은 11일 의원총회를 열어 우원식 국회 의장에 사퇴 촉구 결의안을 의결할 정도로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의총에서 우리가 굉장히 결연하게 강하게 맞서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상임위 불참, 국회의장실 매일 항의 방문, 국회 앞 농성·피케팅, 부처 장·차관 상임위 불출석 요구, 야당이 통과시킨 모든 법안에 거부권 행사 건의 등 강경책을 고려하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12일 의원총회에서도 “민주당의 일방 독주로 엉터리 법안들이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집권여당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대통령에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하게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장기간 국회 운영에 참여를 거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등 야권이 채상병 특검법안과 방송3법 등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재표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의 국회 재표결은 과반 출석과 출석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이 전원 불참하면 전체 재석의원 모수가 작아져 재의결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법에 따른 법안 통과 절차를 살펴봐도 국민의힘이 7월에는 본회의 또는 상임위에 참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에서는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민주당이 쟁점 법안을 처리할 때 패스트트랙을 타면서 ‘상임위·특위 180일 이내 심사→ 법사위 90일 이내 체계·자구 심사→ 본회의 부의 뒤 60일 이내 상정’ 과정을 거쳐 330일이 소요됐었다.
그러나 이번 국회에서는 법사위원장(정청래)과 과방위원장(최민희)을 모두 민주당이 확보해 패스트트랙 제도를 거칠 필요가 없이 곧바로 본회의에 올릴 수 있다.
민주당은 2023년 7월19일 발생한 채상병 순직 사건 관련 통신기록 등 주요 증거 보존기한이 1년인 점을 고려해 오는 7월19일 전까지 채상병 특검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법사위 내 1·2소위를 구성한 뒤 즉시 채상병 특검법안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대통령실이 7월 중으로 개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여당이 인사청문회에 불참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힘의 국회 보이콧이 7월 이후에 지속되기 어려워보이는 이유다.
김상일 시사평론가는 11일 MBC 뉴스외전에서 "(여당이) 청문회도 들어가서 보호를 해야 될 것 아닌가"라며 "(의사일정 거부를) 절대 계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내세운 거대 야당의 폭주론도 여론전에서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디어토마토가 1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회 원구성과 관련해 중도층에서 ‘민주당이 법사위·운영위 맡아야’가 51.5%, ‘국민의힘이 법사위·운영위 맡아야’는 29.3%로 조사됐다. 조원씨앤아이가 1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중도층을 대상으로 법사위·운영위를 누가 맡아야 되는지를 물었을 때 민주당 58.1%, 국민의힘 31.1%로 조사됐다.
추 원내대표는 상임위에 불참하는 대신 당 정책위 차원에서 구성한 15개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와 논의해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겠단 전략을 마련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정책을 추진하려면 법률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많은데다 야당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령을 고쳤을 때 문제가 발생하면 후폭풍이 크다는 것이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YTN 뉴스나이트에서 “예를 들어 세율 같은 경우에는 법을 고쳐야 하는 부분인 것처럼 시행령으로 가능한 부분이 있고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며 “시행령만으로 (국정운영을) 했을 때 정말로 온전하게 작동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위법 논란이 없을 것인지 걱정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민의힘 국회 보이콧 전략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강경 일변도의 원내 대응 전략에 출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MBC 뉴스외전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을 줄 생각이 없다고 하면 이것을 제외하고 우리가 뭘 할 수 있고 뭘 얻어낼 수 있는가를 놓고 생각을 해야한다"며 "법사위원장 안 내놓으면 우리 국회 보이콧한다는 건 국민의힘의 손해다"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