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워홈이 당분간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마곡동 아워홈 본사. <아워홈> |
[비즈니스포스트] 아워홈이 당분간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 구자학 아워홈 명예회장의 ‘장남(구본성 전 부회장)-장녀(구미현 사내이사)’ 연합이 아워홈 최대 실적을 이끌었던
구지은 부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구지은 부회장과 강하게 대립했던 만큼
구지은 부회장이 추진했던 아워홈의 여러 신사업도 사실상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번지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신사업만 문제가 아니다.
구자학 명예회장의 큰딸인 구미현 사내이사는 직접 대표이사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만한 경영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입증된 바가 없다.
아워홈 노조는 이른바 ‘구본성-구미현’ 체제를 인정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겠다는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31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아워홈 본사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구지은 현 부회장이 경영권 사수에 실패하면서 아워홈 ‘남매 갈등’도 일단락된 모양새다.
아워홈은 이날 임시 주주총회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의 장남인 구재모씨를 새 사내이사로 올리는 안건을 가결했다.
구지은 부회장은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해 6월3일까지만 회사에 나온다.
이번 주총의 결과는
구지은 부회장이 3년 전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한 지 3년 만에 경영권을 뺏겼다는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구 부회장은 3년 전만 하더라도 자신의 두 언니인 구미현 아워홈 사내이사와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를 우군으로 끌여들여 구본성 전 부회장을 회사에서 몰아냈다. 당시 구 전 부회장은 보복운전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다.
하지만 구미현 사내이사가
구지은 부회장 편에서 돌아서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세 자매는 애초 2021년 힘을 합칠 당시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구미현 사내이사가 아워홈의 배당 축소 등에 불만을 가지면서 지난해
구지은 부회장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아워홈의 경영권은 사실 구미현 사내이사의 손에 달린 것이나 다름없다.
구자학 명예회장의 1남3녀가 보유한 아워홈 지분은 살펴보면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 38.56%, 장녀인 구미현 사내이사 19.28%, 차녀인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 19.6%, 삼녀인
구지은 부회장 20.67% 등이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단독 과반의 의결권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 나머지 세 자녀도 마찬가지다.
경영권 분쟁 이전부터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와
구지은 부회장은 항상 뜻을 함께 했다. 사실상 구본성 전 부회장과 비슷한 수준의 지분을 확보한 것이다.
장녀인 구미현 사내이사의 뜻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경영권의 향배가 갈렸다. 구미현 사내이사가 오빠 편에 붙으면 오빠가 승리했고 동생들 편에 붙으면 세 자매 연합이 이겼다.
실제로 구 사내이사는 2017년 전문경영인 선임과 관련해 구본성 전 부회장 편을 들었다.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수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2021년에는
구지은 부회장의 손을 잡았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힘을 쓰지 못하고 아워홈 대표이사에서 내려오게 된 이유다.
구 사내이사가 3년 만에 다시 오빠 편으로 돌아서면서 결국
구지은 부회장은 아워홈 경영에서 밀려나게 됐다.
구지은 부회장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아워홈의 배당가능이익 5331억 원을 활용해 자사주 61%를 매입하는 카드도 꺼냈지만 끝내 맏언니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아워홈의 남매 갈등이 마무리됐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의견이 상당하다.
아워홈은
구지은 부회장 체제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아워홈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9835억 원, 영업이익 943억 원을 냈다. 2022년보다 매출은 8%, 영업이익은 76% 늘어난 것이다.
구지은 부회장이 추진해온 글로벌 사업 확대와 푸드테크 강화 전략이 아워홈의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호실적이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이 고개를 든다.
▲ 31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구지은 대표이사 부회장(왼쪽)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오른쪽)은 자신의 아들인 구재모씨를 아워홈 사내이사에 합류시켰다. |
구미현 사내이사는 조만간 아워홈 이사회를 열고 본인을 직접 회사의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구미현 사내이사는 최근까지도 회사 경영과 무관한 가정주부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그가 매출 2조 원에 육박하는 회사를 이끌 수 있을지 의심하는 의견이 많다.
구 사내이사가 회사 경영에는 사실상 관심을 두지 않고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데만 관심을 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구 사내이사가 구본성 전 부회장과 손잡은 배경에는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매각해주겠다는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의 설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2년 전 구 사내이사와 함께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실제로 사모펀드를 통해 아워홈 경영권이 포함된 지분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말도 구체적으로 돌고 있다.
구미현 사내이사가 회사 경영보다 지분 매각에 관심을 쏟는 모습을 보인다면 아워홈 실적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얘기가 될 수 있다.
아워홈 노조도 구본성-구미현 체제에 각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아워홈 노조는 이날 아워홈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주주들의 몰상식한 경영권 분쟁을 바라보는 우리 아워홈 노동자들은 서글프기만 하다”며 “회사 성장에 관심이 없고 경영에 무지한 구미현·이영렬 부부는 사내이사에서 즉각 사퇴하고 대주주에서 물러나라”고 말했다.
노조는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사내이사 체제로 아워홈이 운영된다면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도 밝혔다.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