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북미 판로 확장을 목표로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냉난방공조는 북미 데이터센터 냉각 수요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두 회사가 주목하고 있는 냉난방공조 사업은 둔화하는 가전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할 새 활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힘쏟고 있는 북미 냉난방공조(HVAC) 사업이 앞으로 데이터센터 냉방 설비 구축 사업으로 확대되면서 가전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냉난방공조 솔루션 DVM. <삼성전자>
29일 증권업계와 가전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앞으로 냉난방공조 사업을 지속 확장해 데이터센터 냉방 설비 구축 영역까지 넓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8일 미국 냉난방공조 기업 레녹스와 함께 합작법인 ‘삼성 레녹스 HVAC 노스 아메리카’를 세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합작회사 지분의 50.1%를, 레녹스가 나머지 49.9%를 보유한다. 투자 규모는 수천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지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는 녹스와 협력해 북미 냉난방공조 판로를 확장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LG전자도 고효율 히트펌프 중심으로 북미 냉난방공조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2023년 11월 차세대 냉난방공조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알래스카에 히트펌프 연구소를 신설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공식적으로 데이터센터 냉난방공조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냉난방공조 시장의 주도 업체들은 모두 데이터센터를 미래 먹거리로 꼽고 있다.
앞서 캐리어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냉난방공조 시장규모가 2023년 70억 달러(약 9조5천억 원)에서 2027년 150억 달러(약 20조5천억 원)로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북미는 세계에서 가장 큰 데이터센터 냉난방공조 시장으로 꼽힌다.
정보서비스업체 브라이트리오에 따르면 2023년 12월 전 세계 데이터센터(1만978곳)의 약 절반가량(5388곳)이 미국에 위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데이터센터는 고도화된 인공지능(AI) 연산 처리를 지원할 수 있는 AI 데이터센터로 전환되고 있다.
AI는 방대한 연산처리를 요구하는 만큼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7배 이상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 발열문제는 전력소모량에 비례해서 커지는 만큼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더욱 고도화된 냉난방공조 설비를 필요로 한다.
▲ LG전자의 냉난방공조 솔루션. < LG전자 >
LG전자는 최근 미국 현지에 구축되는 AI 데이터센터에 '칠러'를 활용한 5만 냉동톤(RT) 규모의 냉각시스템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칠러는 냉수를 이용해 차가운 바람을 만들어 열을 식히는 냉난방공조 설비의 일종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북미 데이터센터 냉난방공조 판로 확대에 성공하면 가전사업의 체질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냉난방공조는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 사업으로 분류되는 것은 물론 일반적으로 기업간거래(B2B) 형태로 진행되는 만큼 경기변동에 영향을 적게 받는다.
가전 시장 규모는 2021년 코로나19 시기 정점에 이른 뒤 지난해까지 줄곧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GfK는 2023년 국내 가전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가전 시장은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결혼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가전 교체주기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해지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LG전자를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생성형 AI 보급 확대로 데이터센터 기능이 정보의 단순 저장에서 응용하고 생성하는 추세로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며 “AI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의 50%가 냉각용 전력에 사용돼 전력 효율화 중요성이 부각되는 만큼 AI 시대의 최종 주도권은 열관리 업체가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바램 기자